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내놓은 공무원 연금개혁 시안은 한마디로 개혁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지금 공무원들은 거의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앞으로 들어올 공무원들에게만 적자부담 해소(解消)를 떠넘기는 식이기 때문이다.

당초 기대했던 개혁안은 이런 게 아니었다. 현 제도가 그대로 가면 공무원연금 적자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연금지급액을 축소하고 부담금을 상향조정하자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하자는 얘기다. 여기에는 당연히 기존 공무원들의 고통분담이 전제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은 그런 점이 무시되면서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의 개혁 보고서보다 훨씬 후퇴했다.

형태적으로 보면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산정 기준을 '퇴직 직전 3년간의 월평균임금'에서 '생애 월평균임금'으로 바꾸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퇴직금을 현행 민간기업의 35% 선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적용, 연금감소액을 보전해 주는 등의 몇가지 보완장치를 도입했다. 어떻게 하면 기존 공무원들이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인지에 골몰한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일반 국민들이 적용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더 내고 덜 받도록 하는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게다가 기존 공무원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다 보니 적자부담 해소는 고스란히 신규 공무원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형평성을 잃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재정부담의 감소효과가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이래서는 국민들에게 설득력(說得力)이 있을리 만무하다.

더욱 기가 찰 일은 개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 안조차 공무원 노조가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정부가 공무원보다 훨씬 많이 부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가부담하는 보전금을 놓고 "혈세로 적자 메운다"고 표현하는 건 잘못이라는 주장까지 하는 것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공무원 부담이든, 정부 부담이든 그 돈이 결국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오히려 국민들은 이번 연금개혁 시안을 보고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 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 개혁도 명분이 선다. 이제 남은 건 국회가 적극 나서 국민들이 납득할 개혁안이 되도록 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