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골프 티칭(레슨) 프로는 어떤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까.'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레슨 프로들이 모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KPGA에서 자격증을 받은 레슨 프로보다 국내외 사설 단체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소지한 레슨 프로들이 훨씬 많다.


USGTF(United States Golf Teachers Federation),WPGA(World PGA),PGTG(Professional Golf Teachers Guild),PGTCA(Professional Golf Teachers and Coaches),사단법인 골프지도자협회 등 이름조차 생소한 단체들로부터 자격증을 받은 티칭 프로들이 대부분이다.

KPGA는 1년에 두 차례 40명의 티칭 프로만을 선발한다.

18홀 예선전을 거쳐 100명을 뽑은 뒤 이틀간 36홀 경기를 벌여 상위 20명만 합격시키는 '바늘구멍 테스트'다.

지난 10여년간 선발한 티칭 프로가 4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KPGA는 자격증 부여에 엄격한 반면 사후 교육 및 관리에 소홀하면서 사설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빌미를 제공했다.

사설 단체들은 KPGA 티칭프로 테스트에 떨어진 응시생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골프 실력 미달자에게도 프로 자격증을 남발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1996년 한국에 지부를 설립한 USGTF의 경우 연 4회 실시하는 티칭프로 선발전에 성별이나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1차 실기 시험에서 18홀을 79타 이하로 통과하면 2,3차 교육 및 이론 테스트를 거쳐 프로 자격증을 준다.

여자와 시니어부(만 50세 이상)는 82타만 치면 된다.

현재 국내에서 이 단체로부터 프로 자격증을 받은 사람은 총 8000명에 이른다.

전 세계 USGTF 프로가 2만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USGTF는 선발전 참가비 25만원 외에 교육비 명목으로 150만원을 받는다.

이어 최종 합격하면 입회비 및 라이선스 발급비로 7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연회비 18만원을 포함하면 총 263만원이 든다.

WPGA는 실기 테스트에서 35세 이하는 76타 이하,35~50세는 79타 이하,50세 이상은 81타 이하를 치면 된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선발전을 하는 WPGA가 국내에서 발급한 프로 자격증만도 3000개 정도.WPGA는 자격증 발급까지 드는 비용이 총 251만원(선발전 참가비 25만원,교육 비용 150만원,입회금 50만원이며 연회비는 26만원)이다.

국내 회원이 1200명인 PGTG는 총 230만원(참가비 20만원,교육비 150만원,입회비 50만원,연회비 10만원),회원수 1000여 명인 PGTCA도 비슷한 금액을 받는다.

정부가 인가한 한국생활체육지도자협회 산하 골프지도자협회라는 곳은 더 심하다.

165만원을 내고 6일간(총 39시간) 교육받으면 실기 테스트도 없이 이론 시험과 간단한 스윙 테스트만으로 지도자 자격증(3급)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연간 4~5차례 기수별로 선착순 30명씩을 모집한다.

골프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비 입회비 연회비 등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티칭프로 자격증을 주는 단체를 설립하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티칭프로 인플레'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