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강경 투쟁의 덫에 빠진 것은 파업이 '돈과 권력'을 가져다 준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파업을 할수록 더 많은 임금과 더 큰 권력이 굴러들어온다는 사실을 노조는 경험칙상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노조의 파업이 일상화되고 결국은 파업중독증에 걸려 버린 것이다.

이러한 노조의 잘못된 행태를 뜯어고치기 위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칙에 바뀐 노조들

선진국이나 우리나라나 법과 원칙에 의해 노동현장의 불법,과격투쟁이 달라진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04년 강경투쟁을 벌였던 GS칼텍스의 노동운동이 변하게 된 데는 회사측의 강력한 원칙적 대응이 있었다.

GS칼텍스는 노조의 파업이 끝난 뒤 불법파업 주동자들에 대해 해고,감봉,정직 등의 중징계와 함께 무노동·무임금원칙을 철저히 적용했다.

파업을 벌인 뒤 무언가 얻을 것이란 노조원들의 기대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결국 노조는 투쟁중심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서 탈퇴해 독자적 노선을 걷고 있다.

골리앗 투쟁으로 유명했던 현대중공업 노조도 바뀐 배경이 비슷하다.

1994년 60일 동안 장기파업을 벌였을 때 파업기간 중 무노동·무임금이 적용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더 이상 강경투쟁이 노조원에게 실익이 없다는 점을 절감하면서 상생의 노사문화를 키우고 있다.

이는 지난해까지 12년째 지속된 무파업의 힘이 되고 있다.

2005년 12월 미국 뉴욕시 대중교통노조(TWC)의 지하철·버스파업이 일어났을 때도 법과 원칙의 효과는 확실히 증명됐다.

파업자체가 금지된 상황에서 파업이 벌어지자 뉴욕시 법원은 법을 위반했다며 즉시 노조에 벌금을 부과했다.

25년 만에 파업을 벌인 TWC는 결국 엄청난 경제적 손실만 입고 파업 3일 만에 백기투항해야 했다.

미 연방항공소속 관제사 1만3000여명이 1981년 전면 파업했을 때 레이건행정부가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은 1만1500여명을 집단 해고한 사례도 법과 원칙의 교과서로 통한다.

영국의 대처는 1984년 민영화에 반대하며 광산노조가 총파업을 벌였을 때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결국 노조가 무릎을 꿇게 했다.

○법과 원칙이 특효약


현대차 노조는 여러 계파가 난립하고 정치집단화돼 있어 대화를 통한 의견통일이 어려운 조직이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기 일쑤이고,이슈가 터지면 투쟁에 의존한다.

현대차 노조가 시무식 때 폭력행사를 한 것도 이러한 속성 때문이다.

투쟁을 생명으로 여겨온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현대차 노조의 폭력행위에 대해 사과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은 현대차 노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투쟁만능에 빠진 노조와의 섣부른 타협은 노사공멸을 자초할 수 있다.

노조의 잘못된 기대심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게 현대차 노사가 살 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들어줘왔다.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산업 특성상 생산차질이 늘고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조의 압력에 번번이 굴복해 왔다.

파업기간 중 무노동·무임금원칙을 천명했다가도 파업이 끝나면 타결축하금 생산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보전해준 것도 이러한 노사시스템 취약성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교수(경제학)는 "법과 원칙이 무너지다보니 노조 내 강경파들의 선명성 경쟁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며 "회사측의 섣부른 타협이 결국 회사를 골병들게 만들고 노조도 망쳐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대차 노사관계의 해법은 첫째도 원칙,둘째도 원칙"이라며 "그래야 정치집단화된 노조의 후진적 관행을 뜯어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