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중요한 경영 정보가 사전에 유출,주가가 춤을 추는 통에 뒤늦게 해당 종목을 사들인 소액 투자자들만 골병이 들고 있다.

투자자들을 울린 장본인은 바로 의류업체인 캠브리지다.

올들어 캠브리지의 주가흐름은 연일 급락세를 보인 시장과 따로 가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엿새 동안 한 차례 상한가를 포함해 50% 이상 급등했다.

캠브리지 주요주주인 동산진흥도 이 기간 두 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30%나 올랐다.

이처럼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지난 8일 증권사 투자정보팀과 M&A(인수합병)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중 한 곳에서 답이 왔다.

FnC코오롱이 캠브리지를 인수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1시30분 계약을 체결한다는 예정 시간까지 들려줬다.

당시 주가는 10% 이상 오르면서 상한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 1시51분 FnC코오롱의 인수 공시가 나오자 캠브리지 주가는 조금 더 오르는가 싶더니 내리막길로 반전,결국 하한가로 마감했다.

공시를 보고 뒤늦게 상한가 근처에서 산 투자자라면 하룻새 25% 이상 까먹은 셈이다.

회사 매각 정보를 미리 알고 사들인 세력들이 공시를 매도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캠브리지측 관계자가 "최대주주를 제외하곤 현 경영진들조차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시장에선 FnC코오롱측이 인수 사실을 사전에 의도적으로 흘려 '침 바르기'를 했다는 얘기조차 돌았다.

이쯤 되면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공시제도를 악의적으로 역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시를 보고 주식을 매입한 선의의 투자자들을 차익실현용 '총알받이'로 만든 것이다.

얼마전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펀드)가 사들인 화성산업과 크라운제과도 캠브리지와 유사한 케이스다.

금융감독원이나 증권선물거래소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시제도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공시위반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에 대한 보다 엄격한 조사와 처벌이 뛰따르지 않는 한 기업 공시는 '뒷북 공시'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 보인다.

서정환 증권부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