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무업계에 새 길을 제시하겠습니다."
이재만 세무법인 가덕 대표(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의 당찬 출사표다.
지난 5일 출범한 가덕은 이 대표 외에도 황수웅 전 국세청 차장,봉태열 전 서울청장,서상주 전 대구청장,오문희 전 광주청장,최이식 전 대전청장,류학근 전 광주청장,홍현국 전 대구청장 등 전직 국세청 고위 간부가 대거 참여해 만든 초대형 세무법인이다.
세무사와 미국회계사 40명을 포함,총 75명 규모로 172개 세무법인 중 가장 크다.
"한계를 느꼈죠.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다보니 기장 업무에 급급했고,고급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재 세무업계는 개인 개업 세무사가 7185명으로 법인 소속 세무사(758명)의 9배를 넘는다.
세무사 1∼3명 수준의 개인 사무소 형태가 대다수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대부분 기장을 주요 업무로 한다.
특히 세무사가 한 해 700여명씩 배출되면서 경쟁이 심해져 기장 대행료가 한 달에 10만원 미만으로 떨어지자 기장 업무는 사실상 여직원들의 몫이 됐다.
"여직원이 기장을 하면서 세무사는 고객과 점점 멀어지게 됐고 아무런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겁니다." 이 대표의 설명이다.
2002년 퇴직과 함께 세무사 6명이 속한 작은 사무실을 운영해오던 이 대표는 '이래선 안된다'고 느꼈다.
특히 감사기능까지 할 수 있는 공인회계사들에 의해 시장이 잠식당하면서 세무업계는 전례없이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평소 모임을 같이 하던 황 전 차장과 봉 전 청장 등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다 '힘을 합쳐 세무업계에 새 길을 제시하자'는 데 뜻이 맞았다.
전직 국세청 간부들의 결집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세무법인 대형화,전문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서 각자 꾸리던 세무법인 6개를 합하고 지분을 똑 같이 나눴다.
가덕은 세무사와 컨설턴트를 올해 50여명,5년 안에 150여명 수준까지 늘려 세계적인 수준의 세무법인을 목표로 대형화와 전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