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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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작곡한 '엘리제를 위하여'는 애틋한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명곡으로 누구나 즐겨 치는 곡이다. 그런데 그 주인공은 엘리제가 아니고 테레제라고 한다. 베토벤의 글씨가 너무 악필이어서 악보를 낸 출판사 직원이 잘못 읽었다는 것이다. 당시 테레제는 빈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인물로 베토벤이 흠뻑 빠져 청혼까지 할 정도였는데 나이와 신분 차이로 거절당하자 혼자서 짝사랑을 했었다고 한다.
악필로 이름을 떨친 사람들은 많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모차르트,아인슈타인,에디슨 등이 대표적인데 '천재는 악필'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천재들은 떠오르는 영감을 잊기 전에 기록해야 하는 까닭에 글씨를 휘갈겨 쓸 수밖에 없었을 게다.
악필로는 작가들이 빠지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특이한 필치를 구사하는 탓에 일반인이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었고,신문사나 출판사에서는 전문 해독가를 채용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직도 손으로 처방전을 쓰는 의사들의 악필은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 악필로 쓴 처방전이 잘못된 조제로 이어져 환자의 목숨까지도 앗아가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에서 의료인들을 모아놓고 필기연습을 시켰을까 싶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해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던 학생들이 '예쁜 글씨'를 배우기 위해 학원가에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한 교수가 대학논술을 채점할 때 "깨끗한 답안지가 채점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며 글씨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다.
흔히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이고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직장에서 자필이력서를 요구하는 것도 사실관계의 책임문제가 있지만,글씨를 통해 성격을 살피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자판문화에 젖어 마우스 잡는 법을 먼저 배우는 아이들에게 연필과 펜 잡는 법을 가르치는 일은 '글씨' 이상의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마음의 도를 닦기 위해 문방사우(文房四友)를 곁에 두고 서예를 즐겼던 것도 곰곰이 새겨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악필로 이름을 떨친 사람들은 많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모차르트,아인슈타인,에디슨 등이 대표적인데 '천재는 악필'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천재들은 떠오르는 영감을 잊기 전에 기록해야 하는 까닭에 글씨를 휘갈겨 쓸 수밖에 없었을 게다.
악필로는 작가들이 빠지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특이한 필치를 구사하는 탓에 일반인이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었고,신문사나 출판사에서는 전문 해독가를 채용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직도 손으로 처방전을 쓰는 의사들의 악필은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 악필로 쓴 처방전이 잘못된 조제로 이어져 환자의 목숨까지도 앗아가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에서 의료인들을 모아놓고 필기연습을 시켰을까 싶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해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던 학생들이 '예쁜 글씨'를 배우기 위해 학원가에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한 교수가 대학논술을 채점할 때 "깨끗한 답안지가 채점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며 글씨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다.
흔히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이고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직장에서 자필이력서를 요구하는 것도 사실관계의 책임문제가 있지만,글씨를 통해 성격을 살피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자판문화에 젖어 마우스 잡는 법을 먼저 배우는 아이들에게 연필과 펜 잡는 법을 가르치는 일은 '글씨' 이상의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마음의 도를 닦기 위해 문방사우(文房四友)를 곁에 두고 서예를 즐겼던 것도 곰곰이 새겨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