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八道 < 코리아컴패니 회장 jpdhongin@hanmail.net >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온나라가 들떠 있던 1987년 6월이었다.

71년부터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홍인을 경영하고 있던 나는 매월 첫 번째 월요일이면 전직원 조회를 열었다.

지난달 목표와 실적,현재 상황을 발표하고 회사의 새로운 방침 등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 달의 월례회 주제는 '종자돈'이었다.

나는 단상에 올라가자마자 '종자돈'을 아느냐고 물었다.

무슨 얘기인가 싶었던지 직원들은 조용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오늘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가족회의를 하십시오.주택자금을 가불해주겠습니다.

전세금에서 부족한 부분이든,20평에서 30평으로 늘리는데 필요한 액수든 신청하면 무담보 무이자로 해주겠습니다."

직원들에게 가불을 해주면서까지 주택 장만을 권한 것은 올림픽을 치른 나라치고 집값이 오르지 않은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올림픽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나라가 발전하면 다른 물가도 그렇지만 특히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걸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파악한 덕에 그런 제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기근속자에겐 무상주를 배당,주택마련용 가불금을 한시적으로 변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렇게 종자돈을 빌려준 결과 전체 직원의 30% 가까운 인원이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거나 규모를 늘렸고 3년 뒤 100%에서 최고 300%까지 이익을 얻었다.

예상대로 88올림픽이 끝난 뒤 아파트값이 곧장 상승곡선을 그은데 따른 일이었다.

뒤에 들으니 당시 집을 장만한 사람 상당수가 "그때 집을 사지 못했더라면 나중엔 내집 마련하기가 정말 어려울 뻔했다"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그들의 인사가 아니더라도 경영자인 나의 시의적절한 판단과 적극적인 실행이 직원들 삶의 질을 높였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뿌듯해지곤 한다.

사람은 돈을 만드는 기계가 아니다.

돈은 노력해서 버는 것이다.

누구나 잠재 능력을 지니고 있고 돈 버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재산을 늘려가자면 최소한의 밑천,곧 종자돈이 필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종자돈이 있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혹은 종자돈을 잘 활용했느냐 여부에 따라 삶의 기반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굳은 땅에 물이 고이는 건 진리다.

종자돈을 모으려면 근검절약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꼭 필요한 때 종자돈을 투입하면 스스로 일어나거나 발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때로는 앞을 내다본 누군가의 종자돈 융통 내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