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사형 집행이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권력 기반을 굳힐 수 있을까.

끊이지 않는 정파간 폭력사태 속에 자신이 '허수아비'가 아님을 입증하려 애써온 말리키 총리의 입장에서 이번 형 집행은 이라크인들에게 강력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게 이라크문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라크 TV방송들이 30일 후세인 전 대통령의 목에 밧줄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정장 차림으로 사형집행 명령서에 붉은 글씨로 서명하는 말리키 총리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그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말리키 총리는 "손에 무고한 이들의 피를 묻히지 않은 구 정권 추종자들에게 입장을 바꾸고 이라크 재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치분석가 하짐 알-누아이미는 말리키 총리가 사형 집행 직후 예상되는 혼란을 진정시키고 바트당 지지자들에게 먼저 다가선다면 이번 일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말리키 총리와 같은 종파인 시아파의 한 관리는 향후 3~6개월동안은 폭력사태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말리키 총리가 "이미 강하고 용기있는 지도자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와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이번 처형에 대해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후세인 전 대통령 시절 권력을 가졌던 수니파측은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시아파와 대립 관계인 수니파의 한 관리는 이번 형 집행이 말리키 총리의 권좌를 유지하는 보증수표가 될 수는 있어도 그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이라크 사회의 안정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리는 말리키 총리가 "사회 안전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를 분명하게 제공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처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기분좋게 하려 한다"면서도 "모든 이들이 정부를 지지하게 만들려면 반대파들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아파 관리 역시 "바트당 지지자들의 세력이 취약해진 지금 그들을 끌어들일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정말 어려운 일은 아직 닥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로이터=연합뉴스)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