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 위치한 서울반도체(대표 이정훈) 발광다이오드(LED)공장 2층의 신뢰성 시험실. 이 회사 연구소가 개발한 LED 제품들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켜놓고 사용가능 시간을 측정하는 곳이다. 240여종의 제품들이 하루 24시간,1년 365일 내내 빛을 발한다. 벌써 1만시간에 이른 것도 있다. '차세대 전구'로 불리는 LED들이 내뿜는 열기로 인해 시험실은 난방장치가 돼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5도를 넘어선다. 장원규 부사업부장은 "이 공장 모든 공간을 통틀어 가장 더운 곳"이라고 소개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수놓은 전구처럼 화려한 LED들 중 유독 밝은 빛을 내는 제품이 눈에 띈다. 'Z-Power LED P4'(P4)라는 이름의 제품이다. P4는 서울반도체가 독자 기술로 개발,지난달 첫 선을 보인 세계에서 가장 밝은 LED다.

1000밀리암페어(㎃)의 전류에서 최고 240루멘(㏐)의 빛을 낼 수 있어 기존 LED 제품(160㏐/700㎃)보다 최고 전력 상태에서 50%가량 밝다. 발광 효율도 1W(와트) 당 평균 100㏐으로 형광등(70㏐/W),백열등(15㏐/W) 등 다른 모든 발광제품들을 능가한다. 김재조 서울반도체 부사장은 "세계 1위 LED업체인 일본 니치아사도 구현에 실패한 밝기"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가 P4 개발에 나선 것은 2005년 하반기 무렵. LED가운데서도 조명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밝기를 강화시켜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P4는 기존 조명용 LED 제품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LED시장을 창출할 전망이다. 대표적 분야가 자동차 헤드라이트. 기존 LED들은 밝기가 떨어져 일반 전구보다 헤드라이트 면적이 커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컨셉트카'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P4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의 모든 헤드라이트 전구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봤다. 또 분수대,터널,다리 등 경관조명 분야에서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P4는 선보인 지 한 달도 안됐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40여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LED 소비국 대부분이 구입하고 있는 셈"이라며 "P4로만 올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회사 전체 매출액이 2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1830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LED업체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회사측은 그러나 P4가 장기간 1위 밝기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LED 분야 기술개발 속도가 워낙 빨라 경쟁사들이 1년 안에 쫓아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서울반도체는 이에 따라 조명용 LED 개발에 연구역량을 집중,이르면 내년 말에 발광 효율이 1W 당 평균 150㏐인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김 부사장은 "올해는 P4가,이후에는 후속 제품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밝기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