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정책의 추진력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최근 들어 통신분야 정책들이 사업자 간 이런저런 이해관계에 얽혀 실기(失機)하고 마는 경우가 너무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한데 시간 지체(time delay)가 자꾸 거듭되고 있으니 통신시장이 활성화될리 만무하다.
실제로 통신시장은 지금 정체국면에 빠져 있다. 2003년부터 통신시장의 성장률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물론 여기에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의 주요 시장이 포화상태에 근접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VOIP 와이브로 IPTV 등 신규 서비스 활성화가 지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전체 투자규모가 계속 감소하면서 성장잠재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다. 이대로 가면 통신서비스-장비 및 단말기-콘텐츠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마저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신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한마디로 유선과 무선이 경쟁하고 복합서비스 수요가 촉발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과거와 다를 게 없는 규제체계 탓이 크다. 환경이 달라졌으면 규제도 달라져야 마땅하다. 특히 칸막이식으로 돼 있는 수직적 규제체계에서 역무를 통합하고 동등한 접근을 보장하는 수평적 규제체계로 바꾸는게 시급한 과제다. 여기에 사전적 규제들의 재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이는 신규 서비스 활성화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그동안 방향을 몰라서 못한 게 아니다. 어느 나라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일찍 예견했음에도 우리는 10년 넘게 논란만 거듭하는 바람에 경쟁국들에 밀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전반적으로 로드맵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통신강국은 로드맵 작성 그 자체보다 누가 먼저 이를 더 빨리 실행에 옮기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