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남동쪽에 위치한 세타가야(世田谷)구는 아이울음 소리를 듣기 힘든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출산율은 0.80명.남녀가 결혼해 한 명도 낳지 않는 집이 많다는 얘기다.

일본 전국 평균(1.25명)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쿄도역 인근에 위치한 고도모 육아지원센터에서 만난 주부 안도우씨(32)는 "6살과 3살 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남편과 한 명을 더 낳기로 합의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년부터 출산·육아지원이 적지 않아 아이를 키울 만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세타가야구가 내놓은 저출산 극복 해법은 '현물공세'다.

다나카 시게루 고도모 육아지원센터장은 "구의회에서 12월1일부터 15세 이하 아동의 교육비 의료비를 모두 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보육시설도 완벽에 가깝게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각국이 '저출산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급격한 출산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과 러시아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비교적 안정적인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선진국들도 출산율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국민들의 연금부담을 높이는 등 세대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은 저출산 위기 탈출을 위한 새로운 정책 개발 노력과 함께 과감한 재정 투입,출산·보육 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저출산 위기를 감지하고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엔젤플랜(1995~1999년) △신엔젤플랜(2000~2004년) 등의 출산장려 정책을 펴왔으나 신통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에 따라 지난 6월 출산지원책을 강화한 '신신 엔젤플랜'을 발표하고 출산율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아동수당(둘째 아이까지는 각각 월 5000엔,셋째 아이부터는 1만엔) 지급대상을 '3살 이하 자녀를 가진 가정'에서 '초등학교 아동 가정'으로 대폭 확대했다.

미취학아동의 의료비는 전액 무료 지원키로 했다.

의료비 중 본인 부담액은 20~30% 정도다.

불임부부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일본 내각부 소자화·고령화대책팀의 마쓰다 마사노부 과장은 "앞으로 출산지원과 함께 양성평등적 사회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교 국가권인 싱가포르도 지난해 출산율이 1.24명까지 떨어지면서 저출산 위기 의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저출산이 사회 문제화된 것은 1976년부터.1970년 출산율이 3명대였던 것이 30여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싱가포르 정부는 2001년 들어서야 출산 보너스와 감세 인센티브 정책 등 대중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2억달러의 세금 감면과 보조금,1억달러 이상의 출산 보너스가 지원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6월까지 출생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0명 증가했다.

싱가포르=장규호·도쿄=박수진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