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요? 브랜드와 디자인을 소비자 입맛에 맞춰 바꿔보세요.

' 식품과 생활용품 분야 전문기업들이 주력 상품의 촌스럽고 고전적인 이미지를 세련된 이름과 디자인으로 바꾼 뒤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대박 스토리'를 잇달아 창출해내고 있다.

보다 고급스럽게,보다 편리하게 디자인함으로써 '시장 파괴력'을 높인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부도 위기 딛고 '역전 만루홈런'

청국장 가공품 생산업체 리뉴얼라이프(대표 장익순)는 브랜드와 포장용기 디자인을 바꿔 매출이 다섯 배 이상으로 뛰는 '대박'을 쳤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지난해 3월 출시한 퓨전 청국장.비피더스균이 들어 있는 청국장을 동결 건조해 냄새를 없애고 여기에 딸기맛 치즈맛 초콜릿맛 등을 덧입혀 마치 곡물 시리얼과 같은 식감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일반 청국장과 별다를 바 없는 용기에 들어 있는 제품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生(생)청국'이란 브랜드 이름 역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했다.

비슷한 '생~' 브랜드 제품이 시중에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기껏 유통시켜 놓은 제품들은 툭하면 반품되곤 해 재고가 쌓였다.

장익순 사장은 "생맥주 체인점에 안주로 제안해 보기도 하고 두부회사에 콩 가공 제품과 함께 유통해 달라고 요청도 해봤지만 시큰둥한 반응밖에 얻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는 사이 회사는 급속히 기울어 불과 서너달 만에 부도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장 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전문 디자인회사와 손잡고 제품을 새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브랜드를 '청국장이 빠띠쉐(patissier,'제과·제빵사'라는 뜻의 프랑스어)를 만나면'으로 고치고 용기를 세련된 느낌으로 바꿨다.

10월께 유기농 매장 등에서 새 제품으로 시식행사를 하자 이전과 달리 소비자들이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다.

바이어들의 주문도 밀려들었다.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한 홈쇼핑·백화점이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과 CJ·우리홈쇼핑 등에 진출했다.

지난해는 매출 3억원에 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서는 10월 말까지만 벌써 16억원어치를 팔고 순익만 2억3000만원 가까이 남겼다.

◆주부들 유혹하는 디자인으로 '대박'

발효기기 제조업체 엔유씨전자(대표 김종부)는 딱딱한 사각형이 주류를 이루던 발효기 시장에서 둥글고 귀여운 이미지의 타원형 발효기로 승부해 성공했다.

이 회사는 사각형 제품만 생산하던 2003년 매출액이 58억원이었지만 2004년부터 타원형 제품을 내놓으면서 매출액이 2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2년 동안 무려 250%나 늘어난 것.김 사장은 "수납효율이 더 좋고 귀여워 주부들 반응이 좋았다"며 "돔 형태의 둥근 뚜껑으로 물방울이 발효 대상물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대류를 활성화시키는 기능까지 갖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지문인식 기능을 갖춘 디지털 도어락 생산업체 디토정보기술(대표 박성진)은 2650만원의 디자인 개발비로 매출액을 지난해의 21억원에서 올해 35억원(추정치)으로 14억원 가까이 늘렸다.

이 회사가 새로 개발한 도어락 '아트리온'은 아래쪽을 둥글게 부풀린 것이 특징.기존 제품과 달리 지문인식기와 키패드를 분리한 디자인으로 전류 소모도 줄이고 '미니 탱크' 같은 견고함을 살렸다.

박 사장은 "디자인을 바꾸자 현대중공업 등 대형 회사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수출제품도 각 국가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