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엉뚱한 계좌로 송금됐어도 입금의 효력은 유효하며 송금의뢰인은 은행측에 '오입금(誤入金)'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돈을 주고 받는 원인관계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당사자끼리 해결해야지 송금업무를 대행한 은행측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해석돼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 김우찬 판사는 B사가 "잘못 송금한 돈을 반환하라"며 K은행과 근로복지공단,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B사는 올 7월 초 인터넷뱅킹으로 거래업체에 물품대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예전 거래회사였던 S사의 계좌로 1755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S사는 지난해 부도가 난 상태로 K은행은 대출금 연체를 이유로 S사의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취했고 설상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료 미납을 이유로,근로복지공단은 고용.산재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각각 S사의 예금채권 압류에 나선 상태였다. B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착오로 송금됐다"며 송금액 반환을 K은행측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은행은 송금의뢰인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의 송금 원인관계가 존재하는지를 일일이 조사할 의무를 부담하게 돼 다수인 사이의 자금거래가 신속히 이뤄지는 송금거래의 '동적(動的) 안전'을 해칠 뿐만 아니라 예금채권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지고 거래실정에도 맞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