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역의 지오다노 매장 앞. '키다리아저씨' 3명이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하얀 분을 바른 얼굴과 하얀 양복이 흡사 얼음인형을 연상케 한다. 옆에서는 초록색 복장을 한 도우미가 진로 '참이슬 fresh' 전단지와 립글로스 등을 나눠주고 있다.

같은 시간 신촌의 먹자골목 내 한 호프집. 산타복장을 한 3명의 남자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며 큰 목소리로 외친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마리아치 특공대입니다." 이들은 반주에 맞춰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다. 흥을 돋우는 노래에 손님들도 하나둘씩 박수를 치며 어깨를 들썩인다. 이들은 두산주류BG가 '처음처럼'의 판촉을 위해 만든 '마리아치 특공대'.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 시즌을 맞아 주당(酒黨)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진로,두산 등 소주회사의 판촉전이 뜨겁다. 동창회,향우회 등 각종 송년모임에 참가하는 주당들을 사로잡아야 새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인력과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는 것. 두 회사는 올 들어 '순한소주' 전쟁을 벌여왔다.

마케팅 격전이 벌어지는 지역은 서울의 4대 상권인 강남역,종로,신촌,강남 신천역 일대다. 이 중 최대 격전지는 강남역 일대. 진로 판촉팀은 '참이슬 후레쉬'를 상징하는 초록색의 원피스 복장과 고깔모자를 쓴 여성 도우미들이 마포갈비,춘천 닭갈비 등 강남역 부근 음식점을 찾아 각종 게임을 진행하면서 손님들에게 판촉물이나 참이슬 후레쉬를 제공하고 있다.

경품 대부분이 립스틱이지만 간혹 한 병에 3000원 하는 참이슬 후레쉬가 나오면 판촉 직원이 법인카드로 결제해 준다. 하루에 20만~30만원이 빠져나간다고. 문제혁 진로 특판팀 주임은 "17도 이상의 주류는 공중파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길거리와 음식점을 통해 고객에게 노출도를 높이는 마케팅에 전력투구 중"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마리아치 특공대를 통해 '처음처럼'의 기세를 퍼뜨리고 있다. 처음처럼은 출시 이전 5.2%에 불과했던 두산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을 10월 말 현재 10.9%(수도권 17.5%)로 끌어올린 효자브랜드. 마리아치란(mariachi) 멕시코의 소규모 악단을 의미. 이들은 소주,호프집을 찾은 고객들에게 크리스마스 캐럴과 신청곡들을 불러준다. 노래가 끝난 뒤에는 로고송인 '처음처럼'을 부르며 고객과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색다른 이벤트에 고객은 물론 업주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강남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영민씨(37)는 "불황탓에 연말 손님도 많이 줄었는데 판촉행사가 분위기를 띄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박민제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