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10만원권 화폐가 빠르면 2008년 말께 발행된다는 소식이다. 재정경제부는 국회에서 고액권 발행촉구 결의안에 합의한다면 고액권 발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어제 공식으로 밝혔다. 고액권 화폐가 새로 나온다면 금융거래는 물론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최종 결정을 주목(注目)하지 않을 수 없다.

고액권 화폐 발행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무엇보다도 1만원권을 1973년 이후 최고권액으로 줄곧 사용해오면서 거래에 따른 불편이 초래되고 있어서다. 지금 1만원의 가치를 1973년 물가로 환산하면 800원에 불과하다니 현행 고액권 기준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해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최고액권의 구매력 가치가 떨어진 바람에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마치 10만원권 화폐처럼 쓰이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자기앞수표는 화폐에 비해 유통기간이 턱없이 짧은데다 위조도 쉽고 비용도 많이 든다. 대신에 고액권을 만들어 활용하면 연간 44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의 편의성도 높아진다는 것이 10만원권 발행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 못지않게 고액권이 발행되면 여러가지 부작용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인플레 유발 우려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고액권이 등장하게 되면 돈이 헤퍼지는 효과를 가져와 물가를 자극하고,거래 단위가 커지거나 물건값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신용카드 사용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시대흐름과도 부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검은 돈의 거래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우려(憂慮)도 있다.

때문에 고액권의 발행은 신중히 따져보고 결정할 문제다. 정치권의 합의가 아직 남아있지만 고액권 발행이 확정된다면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마련해야 한다. 위조지폐나 탈세,뇌물수수 등의 범죄 행위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위폐 방지 기술과 수사 기법을 향상하고 처벌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음성적인 현금거래를 막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의 고액 현금 인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제도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강화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