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려워도 회사돈으로 책값 전부 치러줄 테니 보고 싶은 책 마음대로 사서 보도록 하게.

책보다 훌륭한 스승이 어디 있겠나?

책값이 얼마가 들더라도 좋아.

각 부서 매니저들은 직원이 책값을 달라고 할 때마다 전결로 즉시 지급하도록!"

1998년 봄 이메이션코리아의 이장우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외환위기 직후 부채비율과 적자 규모가 급증해 한국법인을 철수하겠다는 통보를 미국 본사로부터 받은 상태에서였다.

독후감을 내라거나 전표를 확인하자는 소리는 절대 하지 않겠다,좋아하는 책을 입맛대로 골라 읽고 부담 없이 즐겨라….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다가 독창적인 '독서경영'으로 2년 만에 흑자전환과 5년 만에 영업신장률 1위의 신화를 이뤄낸 이메이션코리아의 이야기를 다룬 '독서가 행복한 회사'(고두현 지음,21세기북스)가 출간됐다.

이메이션코리아는 CD-R과 컴퓨터디스켓,디지털카메라의 메모리카드와 USB 등 정보저장장치를 공급하는 회사.기업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1인당 연간 100만원 이상의 책값을 지급하며 독서경영에 과감히 투자해 성공한 과정을 실감나게 되살려냈다.

신화창조의 주인공인 이 대표는 1년에 200~300권의 책을 읽으며 독서경영과 문화·감성·창의력 경영을 실천해온 인물.대학 졸업 후 한국3M에서 수세미 세일즈부터 시작한 그가 포스트잇,컴퓨터디스켓 영업 등을 거치며 글로벌 기업의 장수 CEO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도 독서경영의 결과다.

책을 통해 스스로 길을 찾는 이메이션코리아 직원들의 노력과 변화과정이 소설처럼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이들은 밀레니엄버그(Y2K) 문제로 떠들썩할 땐 '빌게이츠 @생각의 속도'에서 길을 찾았고,Y2K 특수가 지나간 뒤 회사가 다시 어려워졌을 땐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을 읽으며 재기했다.

매년 봄·가을 책을 한 보따리 사다놓고 마음대로 골라가게 하는 '북 랠리'와 직원들의 독서토론 모임,책값으로 술을 마시며 방황하다 결국 독서경영 대열에 합류해 일류사원으로 거듭나는 최 대리의 놀라운 변신 등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특히 이야기 전개를 위해 상세하게 인용된 40여권의 책과 말미에 실린 355권의 추천도서 목록,'가로로 읽고 세로로 생각하라''메모하고 실행하라' 등의 독서경영 10계명은 단편적인 사례집과 달리 독서경영의 실용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248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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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10계명>

1.잘 생긴 나무(책)를 택하라
2.넓은 숲을 거닐어라
3.현상의 뿌리를 짚어라
4.수다도 힘이다,함께 나눠라
5.트렌드를 읽고 멀리 보라
6.가로로 읽고 세로로 생각하라
7.메모하고 실행에 옮겨라
8.북 멘토를 만들어라
9.아침독서 등 시간을 경영하라
10.쾌감지수를 높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