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농협 信ㆍ經분리 잃는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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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世煜 < 명지대 명예교수·법학 >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찬성론자들은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 신·경(信經)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간에 넘나드는 인사교류 방식으로는 금융전문가를 확보할 수 없어 농협이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경제사업의 적자는 신용사업의 리스크에 영향을 주므로 신·경을 분리해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재경부 등의 논리다.
그러나 이는 한국농업의 여건과 농협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경제 논리로만 인식한 데 따른 견해가 아닌가 싶다. 먼저 농협이 경제사업 외에 신용사업까지 하면 신용사업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종합농협체제에서도 각 사업별로 직원의 신규채용·이동·승진·전문교육 등 인사관리를 별도로 하면 신용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사업별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면 신용사업의 수익성도 높이고 농업인을 위한 경제사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 농민 지원이라는 의사결정체제의 통합이 농협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은 자본을 상호 공유하고 사업간 밀접한 연계성을 유지하므로 시너지 효과를 낳아 부족한 자본구조를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을 분리하면 자본도 더 필요하고 법인 상호간의 시너지효과도 소멸돼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조직이기주의'로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다.
농협조직은 '농업인의 실익(實益)'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신용사업의 수익성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 농협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겸하는 목적은 농민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데 있다. 농협중앙회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금융사업 이익금 5조4901억원 중에서 2조2861억원을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과 교육지원사업에 투입했다. 연평균 3810억원을 농민지원 사업에 쓴 셈이다. 지난해 농협은 금융사업에서 1조4614억원의 수익을 낳은 덕에 경제·교육지원사업에서 6646억원의 적자를 보았지만 79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신용사업수익으로 적자보전을 해주지 않았다면 농협이 경제·교육지원 사업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농협은 수익금으로 1조원의 벼 매입(買入)자금을 지원했고,회원조합은 상호금융 신용대출금리를 인하했으며,농업인들에게 비료와 농약을 무료로 공급했다. 농협중앙회가 6조원이 넘는 저리자금과 무이자자금을 조합에 지원한 까닭이다.
5년 전 수협은 신·경 분리된 뒤 금융은 흑자로 전환됐지만 금융과 경제사업 간의 차단벽이 생겨 어민과 회원조합에 대한 자금지원이 20% 이상 줄었고,내부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더 높아 경제사업운용자금을 다른 은행에서 빌리는 경우도 생겼다. 경제사업 운용자금을 제때에 조달하지 못해 경제사업은 침체일로에 있다. 농협도 신·경 분리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간 회계의 차단벽을 만들면 수협처럼 자금줄이 막히거나 축소돼 '돈 안되는' 경제ㆍ교육지원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농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지금은 신용사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이 농협인이므로 그 이익금을 경제사업 등에 쓰는 것을 당연시하지만 신용사업이 떨어져 나가면 경제사업 등에 지원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결국 분리 법인 간 반목(反目)과 충돌이 생길 것은 불보듯 뻔하다.
협동조합은 그 나라의 역사성과 특수성의 산물이다. 우리 농가의 평균경지면적은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작은 1.5ha에 불과하다. 농업인들은 농산물 유통시설을 갖출 능력이 부족하고 물량의 규모화도 어렵다. 따라서 한국 농협은 경제사업만으로는 꾸려갈 수 없다. 분리 운영돼온 신용과 경제사업을 1961년에 재통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농업의 특수여건 하에서 농협중앙회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일본 농협관계자들은 한국 농협중앙회의 종합사업체제를 부러워하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신용사업을 협동조합에서 떼어내려는 재경부의 발상은 농협의 본질과 지향성을 무시한 이기심의 발로(發露)다. 이제는 '조직분리'라는 그릇된 처방에 집착하지 말고 농협이 농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찬성론자들은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 신·경(信經)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간에 넘나드는 인사교류 방식으로는 금융전문가를 확보할 수 없어 농협이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경제사업의 적자는 신용사업의 리스크에 영향을 주므로 신·경을 분리해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재경부 등의 논리다.
그러나 이는 한국농업의 여건과 농협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경제 논리로만 인식한 데 따른 견해가 아닌가 싶다. 먼저 농협이 경제사업 외에 신용사업까지 하면 신용사업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종합농협체제에서도 각 사업별로 직원의 신규채용·이동·승진·전문교육 등 인사관리를 별도로 하면 신용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사업별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면 신용사업의 수익성도 높이고 농업인을 위한 경제사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 농민 지원이라는 의사결정체제의 통합이 농협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은 자본을 상호 공유하고 사업간 밀접한 연계성을 유지하므로 시너지 효과를 낳아 부족한 자본구조를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을 분리하면 자본도 더 필요하고 법인 상호간의 시너지효과도 소멸돼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조직이기주의'로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다.
농협조직은 '농업인의 실익(實益)'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신용사업의 수익성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 농협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겸하는 목적은 농민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데 있다. 농협중앙회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금융사업 이익금 5조4901억원 중에서 2조2861억원을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과 교육지원사업에 투입했다. 연평균 3810억원을 농민지원 사업에 쓴 셈이다. 지난해 농협은 금융사업에서 1조4614억원의 수익을 낳은 덕에 경제·교육지원사업에서 6646억원의 적자를 보았지만 79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신용사업수익으로 적자보전을 해주지 않았다면 농협이 경제·교육지원 사업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농협은 수익금으로 1조원의 벼 매입(買入)자금을 지원했고,회원조합은 상호금융 신용대출금리를 인하했으며,농업인들에게 비료와 농약을 무료로 공급했다. 농협중앙회가 6조원이 넘는 저리자금과 무이자자금을 조합에 지원한 까닭이다.
5년 전 수협은 신·경 분리된 뒤 금융은 흑자로 전환됐지만 금융과 경제사업 간의 차단벽이 생겨 어민과 회원조합에 대한 자금지원이 20% 이상 줄었고,내부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더 높아 경제사업운용자금을 다른 은행에서 빌리는 경우도 생겼다. 경제사업 운용자금을 제때에 조달하지 못해 경제사업은 침체일로에 있다. 농협도 신·경 분리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간 회계의 차단벽을 만들면 수협처럼 자금줄이 막히거나 축소돼 '돈 안되는' 경제ㆍ교육지원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농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지금은 신용사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이 농협인이므로 그 이익금을 경제사업 등에 쓰는 것을 당연시하지만 신용사업이 떨어져 나가면 경제사업 등에 지원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결국 분리 법인 간 반목(反目)과 충돌이 생길 것은 불보듯 뻔하다.
협동조합은 그 나라의 역사성과 특수성의 산물이다. 우리 농가의 평균경지면적은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작은 1.5ha에 불과하다. 농업인들은 농산물 유통시설을 갖출 능력이 부족하고 물량의 규모화도 어렵다. 따라서 한국 농협은 경제사업만으로는 꾸려갈 수 없다. 분리 운영돼온 신용과 경제사업을 1961년에 재통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농업의 특수여건 하에서 농협중앙회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일본 농협관계자들은 한국 농협중앙회의 종합사업체제를 부러워하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신용사업을 협동조합에서 떼어내려는 재경부의 발상은 농협의 본질과 지향성을 무시한 이기심의 발로(發露)다. 이제는 '조직분리'라는 그릇된 처방에 집착하지 말고 농협이 농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