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 비정규직 30~40% 수년짜리 장기 프로젝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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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위치한 B국립대는 직업 조교들의 계약문제로 정교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정규직인 전담 조교들은 2년이 넘기 전에 '짤라야' 하기 때문. 근무기간이 1년만 넘어도 퇴직금을 챙겨줘야 하는데,이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규직법안의 적용을 받게 된다면 학교측의 부담감이 더 커진다. 최근에는 11개월만 채용한 후 퇴직시키고 다시 임용하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석.박사급 비정규직 인력은 2000년을 전후해 급속하게 증가했다. 대학은 BK21(두뇌한국21)이나 누리사업(지방대 혁신강화사업),각종 대학평가시 학생당 교원 비율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또 산.학 프로젝트 수행이나 여러 교양과목을 맡기기 위해 비정규직 교원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이들의 임금은 평균 정년교원의 70~80% 수준이며 언제든 재임용을 하지 않을 수 있어 대학입장에서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정은 지방대학으로 갈수록 심하다.
○비전임교원 '지위 더 불안해'
지난달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의 주요 골자가 기간제(계약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근로자(정규직)로 간주된다는 것과 파견근로자를 2년 넘게 고용한 사용자가 직접 고용의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2년 이상 채용한 비정년교원이나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판이다.
대학의 경우 정년보장 단계를 밟는 '전임(정년)교원(tenure track)'에 정교수와 부교수,조교수 등이 포함된다. '非전임(정년)교원(non-tenure track)'에 객원.초빙.석좌.특임교수를 비롯,연구 및 강의에만 주력하며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비전임교원이 들어간다. 학기당 계약을 맺는 소위 '보따리 교수'인 시간강사들도 비정규직에 해당된다.
대학들은 최근 비정년트랙 교원 임용을 아예 꺼리는 분위기다. 정규직 교원 채용에는 각 단과대학별로 이견이 많아 조정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연세대 홍종화 교무처장은 "필요에 따라 비전임 교원을 본부 차원에서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전임교원도 성과를 보고 승진을 시키는데 2년이 넘었다고 비전임교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C사립대에서 일하는 비전임교수 정씨(36)는 "2년짜리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한 후,부교수나 정교수 자리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학교측이 재임용을 안할 것 같다"며 "당장 실업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빠지면 연구 못해"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각종 국책연구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석.박사급 계약직 연구인력이 상당수 프로젝트에 투입돼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연구과제를 따서 인건비를 벌어서 쓰는 'PBS(Project Based System)'제도가 도입된 후,각종 연구소(원)에서는 정규직 TO(Table of Organization.정원)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연구 인력수요가 늘어나자 계약직 연구원 채용을 확대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 산하 연구원 4700여명이 소속된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의 이영순 사무처장은 "각 연구기관마다 비정규직 비율이 평균 30~40%,많게는 절반에 달한다"며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이 연속성을 요구하는 수년간짜리 프로젝트 중심의 과학기술계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전 내 모 국책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한 계약직 연구원은 "포스트닥터(박사연수생)는 최대 3년,계약직 연구원도 근로기간 제한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위촉계약직 등으로 형태를 바꿔 4~5년씩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규직 자리가 워낙 나지 않는데 이제는 2년 단위로 옮겨다녀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정부,'향후 협의는 하겠지만…'
대학 및 연구기관은 정부당국이 비정규직법안의 구체적인 제외 대상을 확정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전국의 연구기관장들은 예외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 등을 놓고 현재 공동 대처를 준비 중이며 정부를 상대로 제도개선 요구사항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동부 비정규대책과 김인권 과장은 "당초 비정규직법안은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경우,기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예외를 인정토록 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가 전문직인지 아직 구체적인 협의나 동의는 없는 상태지만 프로젝트 단위 연구직이나 육아 등을 이유로 결원이 생긴 경우,교육 부문은 제외 대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내년 4~5월께 이전에 구체적인 비정규직 법안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석.박사급 비정규직 인력은 2000년을 전후해 급속하게 증가했다. 대학은 BK21(두뇌한국21)이나 누리사업(지방대 혁신강화사업),각종 대학평가시 학생당 교원 비율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또 산.학 프로젝트 수행이나 여러 교양과목을 맡기기 위해 비정규직 교원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이들의 임금은 평균 정년교원의 70~80% 수준이며 언제든 재임용을 하지 않을 수 있어 대학입장에서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정은 지방대학으로 갈수록 심하다.
○비전임교원 '지위 더 불안해'
지난달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의 주요 골자가 기간제(계약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근로자(정규직)로 간주된다는 것과 파견근로자를 2년 넘게 고용한 사용자가 직접 고용의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2년 이상 채용한 비정년교원이나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판이다.
대학의 경우 정년보장 단계를 밟는 '전임(정년)교원(tenure track)'에 정교수와 부교수,조교수 등이 포함된다. '非전임(정년)교원(non-tenure track)'에 객원.초빙.석좌.특임교수를 비롯,연구 및 강의에만 주력하며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비전임교원이 들어간다. 학기당 계약을 맺는 소위 '보따리 교수'인 시간강사들도 비정규직에 해당된다.
대학들은 최근 비정년트랙 교원 임용을 아예 꺼리는 분위기다. 정규직 교원 채용에는 각 단과대학별로 이견이 많아 조정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연세대 홍종화 교무처장은 "필요에 따라 비전임 교원을 본부 차원에서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전임교원도 성과를 보고 승진을 시키는데 2년이 넘었다고 비전임교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C사립대에서 일하는 비전임교수 정씨(36)는 "2년짜리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한 후,부교수나 정교수 자리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학교측이 재임용을 안할 것 같다"며 "당장 실업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빠지면 연구 못해"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각종 국책연구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석.박사급 계약직 연구인력이 상당수 프로젝트에 투입돼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연구과제를 따서 인건비를 벌어서 쓰는 'PBS(Project Based System)'제도가 도입된 후,각종 연구소(원)에서는 정규직 TO(Table of Organization.정원)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연구 인력수요가 늘어나자 계약직 연구원 채용을 확대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 산하 연구원 4700여명이 소속된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의 이영순 사무처장은 "각 연구기관마다 비정규직 비율이 평균 30~40%,많게는 절반에 달한다"며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이 연속성을 요구하는 수년간짜리 프로젝트 중심의 과학기술계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전 내 모 국책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한 계약직 연구원은 "포스트닥터(박사연수생)는 최대 3년,계약직 연구원도 근로기간 제한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위촉계약직 등으로 형태를 바꿔 4~5년씩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규직 자리가 워낙 나지 않는데 이제는 2년 단위로 옮겨다녀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정부,'향후 협의는 하겠지만…'
대학 및 연구기관은 정부당국이 비정규직법안의 구체적인 제외 대상을 확정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전국의 연구기관장들은 예외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 등을 놓고 현재 공동 대처를 준비 중이며 정부를 상대로 제도개선 요구사항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동부 비정규대책과 김인권 과장은 "당초 비정규직법안은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경우,기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예외를 인정토록 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가 전문직인지 아직 구체적인 협의나 동의는 없는 상태지만 프로젝트 단위 연구직이나 육아 등을 이유로 결원이 생긴 경우,교육 부문은 제외 대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내년 4~5월께 이전에 구체적인 비정규직 법안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