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앞의 한 주점.도서출판 문학세계사의 송년모임에 뜻밖의 손님 세 명이 합류했다.

이들은 2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출판사 카스터만(Casterman)의 루이 들라스 대표와 나디아 지베르 편집장,니콜라 피네 객원 편집장.

카스터만은 프랑스 최고 인기 만화 '땡땡(tintin)'으로 유명한 출판사다.

만화와 아동서적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이 회사의 핵심 멤버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뭘까.

"지난달 프랑스에서 출간한 강풀 만화 '아파트'의 반응이 벌써 뜨거워요. 좋은 작가 있으면 더 소개해주세요."

'만화 천국'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한국 만화를 수입하러 직접 달려온 것이다.

몇년 전까지 우리 만화를 팔러 유럽 곳곳을 찾아다니며 '읍소'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들은 "내년 초에 '아파트' 2권이 나올 계획"이라며 "강풀의 '순정만화'와 '바보'에 대해서도 작품당 6000유로(약 730만원)에 출간 계약을 마쳤고 또 다른 작품 '타이밍' 역시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이희재의 '간판스타' 등 8편을 펴냈는데 내년에 강도하의 '위대한 캐츠비' 등 연간 15편 정도의 한국 작품을 선보일 생각입니다."

또 휴대전화로 만화를 보는 IT 강국의 현주소를 보고 강풀 만화의 모바일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풀 만화의 해외 진출은 일본,베트남,대만,중국에 이어 다섯 번째다.

문학세계사는 "벌써 프랑스 영화제작사 두 곳에서 '아파트'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제의할 만큼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한국 만화를 탐내는 사람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카스터만과 함께 불어권 3대 만화출판사로 꼽히는 벨기에의 카나가 이미 변병준의 '달려라 봉구'를 출간했고,스위스의 파케는 김동화의 '빨간 자전거',프랑스의 다르고는 변병준의 '달려라 봉구''미정'을 내놓았다.

올 상반기에는 형민우의 '프르스트'가 국내 최초로 할리우드에 영화 판권이 팔려 화제를 모았다.

한국만화는 현재 세계 32개국에서 1200여종,1500만부나 발행되고 있다.

해외수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326만8000달러.현지 출판사와의 연계 강화와 수출선 다변화로 앞으로도 해외 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코믹스 위주에서 작가주의 경향의 작품들로 수출 트렌드가 변하고 독일 중국 등 신규 시장이 발굴되고 있는 점도 희소식.그러나 해외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양의 신작이 생산되지 못하는 '콘텐츠 부족'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마디로 '없어서 못 파는' 단계가 된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 총량제 시행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창작이 활성화되고 대기업들의 참여 확대와 미디어 융합 등으로 투자·생산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유아용 콘텐츠의 부가 캐릭터가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으며,대형할인점과 캐릭터 테마파크 등을 활용한 아이디어들도 풍성하게 이어지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