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분을 소개한다. "죽음의 삼각형? 정부,전교조,학원,대학들의 힘 겨루기가 결국 완벽한 균형을 만들어냈습니다. 내신-수능-대학별 고사. 아주 아름다운 삼각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이 균형은 누구를 위함입니까?도대체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친구를 짓밟고 적으로 삼는 것이 창의적 인재입니까?명심하십시오. 우리 가슴속의 분노와 피해의식,그 모든 것은 바로 당신들이 키웠습니다." 기성세대를 적으로 돌린 대입준비생들의 저주가 절절히 배어 있다.
교육의 수혜자여야 할 학생들은 극심한 피로와 고통을 토로하며,자신들은 죽 끓듯 하는 교육행정의 '실험용 쥐' 같다는 넋두리를 서슴지 않는다. 우리 입시제도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며 '정글'로 표현하기도 한다. 경쟁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공부 잘하는 옆 자리 친구의 공책을 찢어버릴 정도라고 하니 상상은 간다.
우리 사회의 입시병은 그야말로 고질병이다. 좀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만 무성하다. 자녀를 위해 물심(物心)양면으로 올인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하느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쏟아낼 뿐이다.
입시문제는 마치 블랙홀과 같다. 여론의 흡인력이 여간 아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힘들게 공부하는 자기들의 장면만을 보여주면서 감정적인 선동을 한다고 비난하기에 앞서,당국자들이 과연 제대로 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정책을 세우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운 새로운 입시제도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떨고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