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무려 44조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한햇동안 증가분(11조364억원)의 4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대기업에 대한 은행대출이 올해 들어 2조5476억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현상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급증은 민간소비 부진 등 국내경기가 침체돼 있고 환율마저 급락해 중소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 중 일부는 가격이 오른 공장용지 등을 담보로 돈을 더 빌려 부도를 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한 은행의 지점장은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시설투자와 관련된 자금수요는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공장용지 매입 등 부동산과 관련된 자금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라며 "일부이긴 하지만 담보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 차입을 일으켜 이자를 갚아 자금난을 해소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연간 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남동공단 대출에서 시설투자보다 공장용지 매입과 관련된 수요가 더 많다는 게 은행쪽의 판단이다.

일부 업체들은 2000~3000평 규모의 공장을 200~500평 단위로 쪼개서 매입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공장용지 등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을 최대 100%까지 인정해 돈을 빌려주고 있다.

담보인정비율이 아파트(40~60%)에 비해 높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중소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가계보다는 더 큰 폭탄을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상장 및 코스닥 기업들만 보면 이자보상배율이 괜찮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적자 기업들이 돈을 더 빌려 손실을 메우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은행들 간에 중소기업 대출경쟁이 가열되다보니 중소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손쉽게 빌릴 수 있게 된다.

지난해에는 월별 기준으로 2조원 이상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난 경우는 10월 한달밖에 없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단 한차례의 예외도 없이 매달 2조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4조4000억원,11월에는 6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에는 상환능력 등을 따져보지만 결국에는 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게 된다"며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괜찮고 영업도 그런대로 이뤄지고 있지만,나중에 경기가 나빠질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동산 가격마저 떨어져 엄청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또다시 경고했다.

권 부총리는 13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금융지원상'시상식에서 "급속한 중기 대출 증가는 향후 경기둔화 등 경제여건 변화시 부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중기 대출이 정확한 신용평가에 기초하기 보다는 금융기관 간 대출선 확보 경쟁에 따라 이뤄지는 문제점이 있다"며 "중기 대출의 '쏠림현상'(herd behavior)은 개별 금융기관의 위험을 높이고 전체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승윤·차병석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