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의 휴대폰 업체로 세계 5위를 꿈꾸던 팬택에 대해 워크아웃이 추진된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그동안 휴대폰 업계에 끊임없이 나돌던 소문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팬택은 조그만 벤처기업으로 출발,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기업성장 모델로 기대를 모았던 업체여서 그 안타까움은 더하다.

휴대폰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팬택의 위기가 어떻게 초래(招來)되었는지에 눈길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대부분의 원인 분석들을 보면 제품구조 한계, 구조조정 미흡, 잘못된 인수 등 내부 의사결정에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런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 휴대폰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퇴출당했거나 위기에 직면한 업체가 비단 팬택만은 아니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휴대폰 분야의 경쟁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내시장이 성숙단계로 접어들면서 해외시장에서 휴대폰 산업을 둘러싼 메이저 플레이어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 LG 소니-에릭슨 등이 바로 그들이다. 노키아 모토로라는 고급시장은 물론 신흥시장 등 저가시장에도 눈을 돌려 시장 확대, 수익성 제고 등 그 입지를 더욱 굳히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 등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의도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 LG 등은 제품 차별화로 승부를 걸면서 동시에 신흥시장 공략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소니-에릭슨의 맹렬한 공세는 삼성과 LG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경쟁환경만 해도 벅찰 정도인데 문제는 환율하락, 중국의 추격 등이 더해져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 하락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국내업체들로서는 결국 수익성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의 대대적인 저가 물량 공세(攻勢)로 중국 시장의 매력도마저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그만 실수만으로도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팬택의 위기도 따지고 보면 이런 환경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세계시장의 흐름, 경쟁업체들의 동향을 토대로 치밀한 전략을 강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팬택 사건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