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패션시장이 대형마트(할인점)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각각 중·저가 캐주얼,아동복을 중심으로 매장 면적을 넓히고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PB(자체 브랜드) 패션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중·저가 패션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저가 의류의 대명사'였던 동대문·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대형 마트 납품업자로의 변신을 꾀하고,지방 상권의 도로변 패션점들은 대형마트와의 경쟁을 피해 취급 상품 종류를 바꾸는 등 살 길을 찾아 몸부림치고 있다.

패션·유통업계의 집계를 종합하면,전체 의류 소매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말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1년(7%)에 비해 비중이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 중에서도 영 캐주얼과 아동복은 대형마트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방 의류시장에서 대형마트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대문·남대문 상인들도 살 길 찾아 '몸부림'

동대문·남대문에서 지방 소매상을 대상으로 영 캐주얼·아동복을 공급해 온 도매상들은 지방의 패션상권 붕괴로 판로를 잃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에 따르면 1996년에 비해 아동복 도매상 수는 10년 동안 약 절반으로 줄었다.

영 캐주얼을 취급하던 상인들도 절반 이상이 여성 캐릭터 정장 쪽으로 옮겨 갔다.

아동복 도매상 중 일부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대형마트에서 납품하는 쪽으로 살 길을 찾은 경우도 있다.

남대문 도매상 몇몇이 모여 만든 '빅애플''디플랜''컬리수' 등은 이미 각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되는 제도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서울 동대문의 두타,밀리오레 등 쇼핑몰 상인들은 대형마트 '등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중·저가존'을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디자이너숍과 직수입 매장을 늘리는 등의 고급화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아직은 대형마트들이 트렌드를 이끄는 개성 있는 옷보다 티셔츠와 면바지 등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찾는 아이템을 위주로 하고 있어서다.

패션몰 두타 관계자는 "10여개에 불과했던 직수입 의류 매장이 올 들어서만 40개로 늘었다"며 "전체 매장에서 자체 디자인 인력을 보유한 디자이너숍이 차지하는 비중도 세 배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경쟁 피해 아웃도어·스포츠 의류로 취급상품 바꿔

지방 주요 상권의 도로변 패션점들이 취급상품을 바꿔 나가는 것도 대형마트의 영향이다.

아웃도어 의류업체 컬럼비아코리아에 따르면 대구 동성로,광주 충장로 등 지방 주요 상권에서 최근 3년동안 새로 생긴 도로변 패션점 중 90%가 스포츠·아웃도어와 여성복을 선택했다.

대형 마트가 강세인 영 캐주얼과 아동복 점포의 신규 출점 비중은 5% 미만.

서정석 컬럼비아코리아 영업팀 과장은 "아웃도어쪽은 점포 개설 문의가 꾸준하다"며 "캐주얼 장사를 하는 점주들이 취급 상품을 바꾸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패션전문지 어패럴뉴스가 지방 상권 의류 대리점주 43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점주들은 상품종류 변경 때 여성복(26.1%),아웃도어(17.8%),스포츠(12.3%) 순으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차기현·박신영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