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와 MIT,브라운,보스턴대 등 명문들이 집결해 있는 미국 보스턴에는 미국 학생들이 존경의 표시로 '보스턴 마피아의 미팅'이라고 부르는 생명공학 분야 한국인 과학자들의 모임이 있지요."

과학기술부가 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해외 저명 한국인 과학자 초청 프로그램(울트라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재웅 미국 하버드의대 종신교수(47·미생물학 및 분자유전학과)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세계 과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이 미팅에는 보스턴 지역에서 생명공학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는 200여명의 한국인 교수와 포스트닥(박사후과정)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이 분야에서 진행되는 각종 첨단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는 것. 저녁 식사를 겸하는 이 모임에서는 참신한 연구 주제가 소개되고 토론도 펼쳐진다. 이들은 물론 자신들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 기업인들과 대화 시간도 갖는다. 미국인들은 우스갯소리로 보스턴 마피아라고 부르고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도 이 모임에는 꼭 참여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발굴하기도 하는 등 한국인 과학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명공학 분야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포스트닥보다 한국 대학출신의 포스트닥이 훨씬 성실하고 실력도 낫다"면서 "보스턴 대학가의 생명공학 연구 분위기를 한국인들이 계속 끌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1998년 에이즈 환자에게 나타나는 '카포시육종'이란 피부암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발견한 논문을 '네이처 메디슨'지에 발표하면서 전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버드 의대는 이후 종양바이러스학(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학문)에서 그가 세계 최고 권위자라고 인정하면서 2004년 종신교수직을 부여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다. 그는 서울대 농대 식품과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에서 대장균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의대로 옮겨 연구원생활을 시작했으며 94년 교수로 임용됐다.

한편 이날 프로그램에는 정 교수 외에 데니스 최 보스턴대 교수,김신제 루이빌대 교수,강성권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의회장,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장 등이 참석했다.

제주=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