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종이책과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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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 소설가 >
엊그제 고양시 킨텍스 전시관에서 열린 2006년 한국전자출판산업전에 다녀왔다. '전자출판산업전'이라는 현수막과 포스터만 아니라면 행사장은 마치 '출판산업전'이 아니라 '컴퓨터산업전'처럼 보일 정도였다. '출판'이라는 말이 있어도 행사장엔 종이책 한 권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모든 책이 다 컴퓨터 안에 들어가 있고,그것을 화면을 통해 읽는다.
최근 인터넷엔 일반 사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TV방송이나 신문에서도 일반인들이 찍은 휴대폰의 동영상과 사진을 어떤 화제나 사건의 중요 자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글을 쓰는 작가들 역시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등단(登壇)이라는 코스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바로 자신의 창작물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예전과는 창작환경이 변화된 것이다. 지금 서른 살이 넘은 사람들만 하더라도 중고등학교 시절 교지(校誌)에 자기 작품 하나를 실으려 해도 그 작품을 문예부에 내고,다시 문예부 학생들과 지도선생님이 작품을 엄선해 실었다. 그러나 지금은 맞춤법이 맞든 안 맞든,문장이 되든 안 되든,또 글꼴을 제대로 갖추든 안 갖추든 관계없이 자기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 여러 공간에 자기 글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또 10년 전만 해도 책이라면 꼭 종이책만 생각했지 다른 형태의 책은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했는데,지금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구분이 책을 별로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 자연스럽게 됐다. 지난 수천년간 인류의 문명사를 종이가 지배해왔다면 앞으로는 종이와 컴퓨터가 함께 지배해나가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내가 인터넷에서 즐겨 찾는 한 전자책(eBook) 회사는 '대학 논술 필독선'을 전자책으로 기획하면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어느 작가의 문학전집을 전자책으로 부활시켜 놓았다. 또 오프라인상의 도서관 기능을 온라인상에서 구축해 현재 국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수십명 작가의 작품을 종이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내려받아 읽어볼 수 있게 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디지털 형태로 제작된,'청소년을 위한 필독 전자책'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것을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홈페이지와 연동한다면 어려서부터 좀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인 가상도서관(Virtual Library)의 운영도 재미있었다. 가상도서관은 전자책을 인터넷으로 접속해 대출,반납,예약,연장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도서관을 말하는데,일반기업과 공공기관 연구소 사이버캠퍼스 등에 전자도서관과 전자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모바일을 통한 전자책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월 3000원만 내면 전자책이나 만화를 무한정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월정액제(月定額制)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는 콘텐츠별로 정보이용료를 부과한다고 했다. 중학교 때 처음 전화기라는 물건을 보았던 내겐 전화를 통해 책을 읽는 목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고,그걸로 책의 글자를 읽는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늘 이런저런 지면에 글을 쓰고,또 소설을 쓰는 일로 평생 먹고 사는 나의 작업환경도 그런 세월따라 참으로 많이 변화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고 습작을 하던 시절엔 늘 원고지를 사용했다. 연초마다 누런 갱지에 붉은색으로 인쇄된 원고지 한 박스를 사오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다 잠시 자판이 뻑뻑한 수동타자기를 쳤고,이내 전동타자기로 바꿨다. 컴퓨터를 사용한 건 88올림픽이 지난 다음부터였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이렇게 원고를 쓰면 그걸 신문사에 직접 갖다줘야 했다. 그러던 것이 피시통신과 인터넷시대를 맞이하면서 모든 원고를 메일로 보내게 된 것이다.
엊그제 '전자출판산업전'에 다녀오며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환경에 대해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작업환경에 어떤 변화가 올까 생각해보았다. 아마 그 행사에 온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엊그제 고양시 킨텍스 전시관에서 열린 2006년 한국전자출판산업전에 다녀왔다. '전자출판산업전'이라는 현수막과 포스터만 아니라면 행사장은 마치 '출판산업전'이 아니라 '컴퓨터산업전'처럼 보일 정도였다. '출판'이라는 말이 있어도 행사장엔 종이책 한 권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모든 책이 다 컴퓨터 안에 들어가 있고,그것을 화면을 통해 읽는다.
최근 인터넷엔 일반 사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TV방송이나 신문에서도 일반인들이 찍은 휴대폰의 동영상과 사진을 어떤 화제나 사건의 중요 자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글을 쓰는 작가들 역시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등단(登壇)이라는 코스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바로 자신의 창작물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예전과는 창작환경이 변화된 것이다. 지금 서른 살이 넘은 사람들만 하더라도 중고등학교 시절 교지(校誌)에 자기 작품 하나를 실으려 해도 그 작품을 문예부에 내고,다시 문예부 학생들과 지도선생님이 작품을 엄선해 실었다. 그러나 지금은 맞춤법이 맞든 안 맞든,문장이 되든 안 되든,또 글꼴을 제대로 갖추든 안 갖추든 관계없이 자기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 여러 공간에 자기 글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또 10년 전만 해도 책이라면 꼭 종이책만 생각했지 다른 형태의 책은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했는데,지금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구분이 책을 별로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 자연스럽게 됐다. 지난 수천년간 인류의 문명사를 종이가 지배해왔다면 앞으로는 종이와 컴퓨터가 함께 지배해나가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내가 인터넷에서 즐겨 찾는 한 전자책(eBook) 회사는 '대학 논술 필독선'을 전자책으로 기획하면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어느 작가의 문학전집을 전자책으로 부활시켜 놓았다. 또 오프라인상의 도서관 기능을 온라인상에서 구축해 현재 국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수십명 작가의 작품을 종이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내려받아 읽어볼 수 있게 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디지털 형태로 제작된,'청소년을 위한 필독 전자책'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것을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홈페이지와 연동한다면 어려서부터 좀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인 가상도서관(Virtual Library)의 운영도 재미있었다. 가상도서관은 전자책을 인터넷으로 접속해 대출,반납,예약,연장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도서관을 말하는데,일반기업과 공공기관 연구소 사이버캠퍼스 등에 전자도서관과 전자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모바일을 통한 전자책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월 3000원만 내면 전자책이나 만화를 무한정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월정액제(月定額制)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는 콘텐츠별로 정보이용료를 부과한다고 했다. 중학교 때 처음 전화기라는 물건을 보았던 내겐 전화를 통해 책을 읽는 목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고,그걸로 책의 글자를 읽는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늘 이런저런 지면에 글을 쓰고,또 소설을 쓰는 일로 평생 먹고 사는 나의 작업환경도 그런 세월따라 참으로 많이 변화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고 습작을 하던 시절엔 늘 원고지를 사용했다. 연초마다 누런 갱지에 붉은색으로 인쇄된 원고지 한 박스를 사오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다 잠시 자판이 뻑뻑한 수동타자기를 쳤고,이내 전동타자기로 바꿨다. 컴퓨터를 사용한 건 88올림픽이 지난 다음부터였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이렇게 원고를 쓰면 그걸 신문사에 직접 갖다줘야 했다. 그러던 것이 피시통신과 인터넷시대를 맞이하면서 모든 원고를 메일로 보내게 된 것이다.
엊그제 '전자출판산업전'에 다녀오며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환경에 대해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작업환경에 어떤 변화가 올까 생각해보았다. 아마 그 행사에 온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