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가 내리 사흘째 강한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미 업황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진 사이 환율 악재까지 터져 하락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대부분의 조선주가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 물량 탓에 고점에서 15∼20%가량 하락한 상태다.

업체마다 평균 3년간 수주 물량을 확보해 최소 2008년까지는 걱정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뒤늦게 매입한 투자자들은 다소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악재는 조정의 빌미가 될 뿐 실제 조선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환 헤지나 선가 반영을 통해 방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황흐름에 대해선 우려 시각이 남아있는 상태다.

◆ 내년 1분기까지 조정 가능성

2005년 초부터 본격 상승세를 탄 조선주는 최근 2년간 평균 두 배 이상씩 올랐다. 업종 대표주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주당 3만원 선에서 12만원대로 4배 이상 오른 상태다. 조용준 신영증권 이사는 "이번 조선주 하락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상황에서 악재가 하나둘씩 불거지자 충분히 재미를 본 일부 외국인과 기관 중심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누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부 외국인과 기관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평균 6만원대에 매입해 현재 100%가량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조 이사는 "환율의 경우 이미 과거 2년간 달러당 1200원에서 920원까지 하락하는 과정에서 선반영된 데다 업체들의 환 헤지로 주가의 결정 요인이 못 된다"며 "환율이 추가 하락하더라도 조선업 특성상 선가로 반영되는 구조여서 악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둔화 가능성은 우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용범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업체들이 내년 물량까지 앞당겨서 수주한 사례가 많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발주가 줄어 업황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2분기부터 2010년 인도 예정 물량에 대한 발주가 시작되면서 다시 정상 궤도로 진입해 2008년 상반기까지는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따라서 "조선주는 최근 단기 급락한 만큼 추가 가격 조정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내년 1분기까지는 기간조정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종목 간 차별화 전개될 듯

일각에선 향후 조선주 주가는 선종별로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진 한누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형 컨테이너선과 원유를 운반하는 탱커선의 경우 공급 과잉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고 중국 등으로부터 추격을 받고 있어 업황 둔화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액화천연가스)선 등의 수요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따라서 "선종 간 업황 차이가 본격화될 2007년에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유망하다"며 목표주가로 4만원(7일 종가 2만7500원)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전 연구원은 휘발유나 정제유 운반선을 보유한 현대미포조선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중동이나 중남미지역 정제설비 증설 수요 급증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강민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둔화하더라도 실적 안정성과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상대적으로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