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들이 '막판 스퍼트'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최악의 경영 환경으로 3분기까지 실적이 신통찮은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연말 판촉전을 독려하고, 최고경영자(CEO)들이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그 어느 해보다 고삐를 다잡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그룹들은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3분기까지 거둬들인 실적에 흐뭇해 하며,내년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실적이 좋은 일부 기업은 4분기와 이듬해 1분기를 놓고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계수관리를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예년과 판이하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대부분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상반기까지 달러당 950원 이상을 유지했던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 들어 930원 밑으로 곤두박질치며,대부분 수출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0원 떨어질 때마다 2조원의 이익이 줄어드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유가까지 치솟아 기업들의 실적 부진을 부추겼다.

비교적 장사를 잘한 기업들도 12월 막판까지 '매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2월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내년 경영 목표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매출 스퍼트에 총력

올초 150조원을 그룹 매출 목표로 잡은 삼성그룹은 올해 남은 기간에 공격적인 수출 전략과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시장의 실적 악화 우려를 털어낼 계획이다.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도 PDP 패널,2차 연료전지,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신 수종사업 부문 매출 확대에 전력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4분기 실적보다 새해 경영 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며 "목표 달성 여부가 12월 성적에 달렸다는 각오로 전 계열사가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환율에 노사문제까지 겹친 현대·기아차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연말 판촉전에 '올인'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에 이어 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에쿠스 등 주력 모델에 대해 일제히 가격 할인을 실시한다.

쏘나타 디젤 100만원,그랜저 30만원,에쿠스 200만원,아반떼와 쏘나타 가솔린 모델은 20만원씩 각각 할인해준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 대우건설을 인수해 덩치를 불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영업 일선에는 연초 목표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한 '땀냄새'가 물씬 풍긴다.

금호아시아나는 크리스마스 및 방학 특수를 겨냥해 다양한 여행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전사적인 비용 절감 및 수익 확대 프로그램을 풀가동하고 있다.

해외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유가,환율 등 외부 경영 변수가 늘수록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연초의 매출 목표 달성이 확실한 SK그룹 최고경영자들은 해외 사업장을 돌며 바쁜 12월을 보내고 있다.

올해 80여일을 해외에서 보낸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신헌철 SK㈜ 사장 등 주력 계열사 사장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최근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열린 유럽지역 전략 차종 씨드의 양산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올해 정 사장의 출장 횟수는 슬로바키아 공장과 미국을 비롯해 모두 8차례에 달한다.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낸 LG화학 호남석유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 CEO들도 최근 해외 사업장을 돌며 내년 사업 구상을 짜고 있다.

LS그룹도 그룹의 미래를 해외 시장에 걸고,중국 인도 중동 러시아 등 국가를 전략 시장에 포함시켰다.

중국 우시에 조성한 10만평 규모의 LS산업단지는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게 그룹의 복안이다.

LS전선은 특히 두바이,요르단,암만 지사를 중심으로 중동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초고압 전력케이블과 통신케이블 시장 개척에 주력할 계획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