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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청탁과 천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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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행위를 지칭하는 말인데 관점이나 정도에 따라 그 뜻이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말들이 있다. 청탁과 추천, 선물과 뇌물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공직 인사 때마다 자주 나오는 말로 보은(報恩)과 발탁도 비슷한 경우다. 반대말처럼 느껴지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 행위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내 입장에서는 인재를 추천했는데 상대방은 인사청탁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마음의 선물을 줬는데 뇌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능력있는 사람을 발탁했는데 '코드'가 맞는 인물을 보은 차원에서 뽑았다는 질타를 받기도 한다.

    청탁과 추천의 경우를 보자. 둘 다 '좋은 사람'을 소개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어디까지가 추천이고 어디부터가 청탁인가. 실제로 공개채용이 아니면 전부 '인사 청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업들은 적지 않게 이 추천을 채용의 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 기업의 38.6%가 사원들이 외부 인재를 천거하는 '사원추천제'를 사용하고 있고 만족도도 75% 이상으로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몇주씩 걸려가며 채용하느니 차라리 이미 검증된 인재를 추천받아 채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일이기도 하다. 미관말직을 전전하던 이순신이 마흔일곱 살에 당시 관직의 7단계를 뛰어넘는 파격인사로 전라좌수사가 된 것은 유성룡의 천거 덕분이었다.

    선물과 뇌물도 마찬가지다. 공직자윤리법시행령에 선물 기준이 100달러,10만원 이하로 정해져 있지만 이것 역시 숫자로만 갈라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아니라면 어떤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을지 우선 의문이다. 예를 들어 하루 3만원짜리 아르바이트 소개를 해줘서 고맙다고 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선배에게 건네면 뇌물인가,선물인가. 실제로 뇌물을 뜻하는 영어 브라이브(bribe)도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선물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참여정부 들어 문제가 많이 된 '코드 인사' '보은 인사'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논리가 있기는 할 것이다. 미국의 '내셔널 저널(National Journal)'이 2001년 부시 행정부의 각료들을 평가한 기준은 △행정부 내에서의 영향력 △국회 설득력 △국정철학 구현 능력 △조직관리 능력 등 네 가지였다. 이 가운데 국정철학 구현능력은 사실상 대통령의 공약사항과 지시사항을 얼마나 잘 실현하느냐이다. 실제로 이 것은 대통령과 코드가 얼마나 맞느냐와 같은 맥락 아닌가.

    이렇게 그 사이를 무자르듯 가르기 어려운 이런 용어들이 반대말처럼 쓰이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사고의 양극화 경향과 상관관계(correlation)가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편,저편으로 나누고 '제3의 길'을 회색으로 보는 이분법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는 얘기다. 그 결과는 생산적인 토론이 아니라 단정과 편가르기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일방통행만이 남는다.

    이렇게 가치관이 들어가는 명제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삼가는 자세다. 추천을 하지만 혹시 청탁으로 보이지는 않을지,너무 비싼 선물이라 뇌물처럼 여기지는 않을지,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뽑았지만 남들은 어떻게 여길지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전 선비들이 가장 중요한 공부로 생각했던 '수양(修養)'이 더욱 절실해지는 연말 인사철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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