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뭘 하겠다면 그 나이에 무슨 일을 할 거냐고 타박을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젊게 살기 위해서는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저는 아직도 젊어요.당장 내년 목표는 보디빌딩 중장년부 챔피언이 되는 겁니다."

본명보다 '배추'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방동규씨(72·경복궁 관람안내 지도위원)가 자신의 삶을 담은 '배추가 돌아왔다'(전2권,다산책방)를 펴냈다.

이 책은 거칠 것 없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한 사내의 일대기이자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해온 우리 시대의 지층을 보여주는 역사의 단면도이기도 하다.

개성 갑부집에서 태어난 그는 중고등학교 때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으며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 명성을 얻었다.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나무를 심고 계몽운동에도 참여했다.

"30대에 독일로 가 광부생활을 한 뒤 4년간 파리에서 유랑생활을 하고는 귀국해서 고급양장점 '살롱 드 방'을 운영하다 강원도 철원에서 '노느메기밭'으로 공동체생활의 꿈을 일구기도 했죠."

90년대에는 서해화성의 최고경영자(CEO)와 중국공장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2001년에는 헬스클럽 강사로 주변을 놀라게 했고 지난해부터 고궁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한때 '낭만주먹'으로 불린 그는 "70 평생을 마음부자에 친구부자로 살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신경림 시인,유홍준 문화재청장,구중서 문학평론가 같은 문인들은 물론 정치인 이부영·김태홍씨,화가 주재환·김용태씨 등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넘쳐난다.

선우휘 전 조선일보 주필과의 우정도 각별했다.

4일 간담회에 자리를 함께 한 백기완씨는 "한마디로 그는 '시뻥메'(옳지 못한 것을 보면 온 몸이 달아오르는 사내)"라고 평했고,유홍준 청장은 "지식인의 허상을 찌르는 재주까지 가진 사람",이부영 전 국회의원은 "자잘한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무욕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고궁지킴이로 하루 50리(20km) 가까이 걷고,일주일에 이틀은 네 시간씩 체육관에서 운동한다.

내년 7월 미스터코리아 대회에서 중장년부 우승을 따낸 뒤에는 격투기에 도전하는 게 꿈이다.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지요.죽는날까지 운동하고 노동하면서 마음 부자,친구 부자의 인생을 즐길 겁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