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현대자동차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 시장은 물론 유럽과 호주 등 해외 시장 곳곳에서 원화 강세로 고전하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최대 세계 자동차 시장인 미국.지난달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의 판매량은 2만8417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9%나 줄었다.

라이벌 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작년 동기에 비해 15.9%의 판매 신장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올 들어 지난 7월 4만7205대를 정점으로 8월 4만4635대,9월 3만3384대,10월 3만479대로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11월에는 작년 10월(2만2413대) 이후 1년1개월 만에 2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팔라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를 올려야 할 형편"이라며 "갈수록 도요타와의 가격 차이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현대차의 유럽 시장 판매량은 총 28만601대로 전년 동기보다 5.0% 감소했다.

올 들어 원화가치가 유로화에 비해 6.7%나 올라 현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결과다.

호주에서도 '원고-엔저' 현상으로 일본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호주에서 3만9570대를 팔았는데 이는 작년 동기보다 2.4%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혼다와 도요타의 판매량은 각각 15.2%와 5.6% 늘었다.

뿐만 아니라 '황금시장'으로 통했던 중국과 인도까지 환율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화가치 약세로 힘을 얻은 일본 업체들이 중국과 인도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현대차의 입지를 크게 흔들고 있는 것.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등의 여파로 내년 북미 시장의 신차 수요가 올해보다 30만대가량 줄어드는 등 10년래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라며 "2004년 말 이후 지속된 원화 강세로 현대차의 수익성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원·엔 환율까지 과거 10 대 1에서 8 대 1 수준으로 절상돼 최악의 환경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사업구조상 환헤징만으로는 환율 하락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노사가 손잡고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