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奎載 <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

분노는 밀물같고 탄식은 허공을 덮는다.

두 사람만 만나도 집값 토론에 열을 받고 있으니 참여정부는 망년회 술자리까지 끌려와 멋적은 객담거리가 되고 있다.

누구랄 것 없이 실로 국민 모두가 어이없게 되고 말았다.

지금에 와서 귀신 홀린 듯한 저간의 과정을 복기(復棋)하는 것도 허망하다.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어본들 딱히 해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고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의욕적으로 참여했던 젊은 경제학자는 지난주 한 토론회에서 얼굴을 붉혔다.

교육에 이어 부동산에도 설익은 전문가들이 쏟아지는 중이고 기발한 만병통치식 해법도 이때다며 유세의 목소리를 높이기에 바쁜 요즈음이다.

부동산과의 전쟁, 4년의 경과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권력을 잡았으니 기업도시며 혁신도시로 전국 땅값을 들썩이게 만든 것이 오류의 시작이었다.

하나의 잘못을 덮으려고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거푸 저질러져 3년간 정부가 땅 매입에 풀어놓은 돈만도 38조원이었다.

앞으로 2년간 30조원이 더 나가야 한다.

투기의 독성이 여기서부터 퍼져나갔다고 보는 것이 순서에 맞다.

이것이 첫째 잘못이다.

세상사를 음모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공통된 방식이다.

강남을 일컬어 선량한 제3자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공공의 희생양을 만들고 적대세력화한 것은 분명 뒤틀린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때려 잡을수록 투기꾼은 더욱 늘어나는 역설이 나타났다.

한번 음모적 해석이 성립되면 어떤 정당한 주장도 음모적 의도로 덧칠되어 해석된다.

그래서 음모론은 필연적으로 악성화된다.

서로 싸우는 상대는 닮아간다고 한다.

정부가 세금 매기는 것을 벌금 때리듯 하고 있으니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사람들도 온갖 논리를 대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만질수록 성이 나는 것은 지역감정이 그렇고 나쁜 정치가 그렇고 이제는 투기판도 그렇게 됐다.

이것이 두 번째 잘못이다.

참여정부는 운도 나빴다.

세계적인 부동산 급등세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가격은 섣불리 통제하려 들면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을 이 정부 사람들은 애써 부인했다.

집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치밀한 자기계산 하에 움직이는 법이다.

청와대에 근무하면서도 '결사적으로' 소위 문제 지역에 집을 사지 않던가 말이다.

그런 것들의 집합이 가격이라는 사실을 이 정부는 너무도 쉽게 생각했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수레바퀴를 두다리를 곧추세워 막고자 했던 작은 사마귀의 신세(당랑거철:螳螂拒轍)란 참여정부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것은 세 번째 잘못이다.

더욱이 나빴던 것은 소위 천사들이 대거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간판을 내건 천사들은 기어이 판교 용적률을 150%로 끌어내리고 말았다.

지금 봐도 썩 나쁘지 않은 신도시인 산본과 평촌에는 1ha에 400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천사들은 판교에 불과 86명만 살도록 만들어 놓았다.

대신 아름다운 공원과 호수와 산책로가 들어섰다.

같은 30평이라도 산본과 판교의 아파트를 결코 같다고 볼 수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니 분양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은평 뉴타운도 매 한가지였다.

천사들은 그 참담한 결과를 악마(업자)들의 장난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악마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장난을 친다.

그 때문에 정책에는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다.

살아가면서 뒤늦게 깨닫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천사들이 지옥을 만든다"는 말이 우연히 생긴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에야 깨닫고 있다.

이것이 참여정부의 네 번째 잘못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도 이참에 들려주고 싶다.

누가 뭐래도 역시 가장 큰 잘못은 이 정부가 나라의 장래를 암울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나라에 미래가 없고 자녀들에게 직장이 없고 자신에겐 안락한 노후가 없으니 황망한 국민 모두가 눈을 뒤집고 당장의 투기판으로 밀려들게 된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이 정부가 잘못한 일 중 가장 큰 것이다.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