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재판장 정종식)는 지난달 27일 "2004년 2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당시 발생한 차량 파손으로 지급한 850여만원의 보험금을 물어내라"며 동부화재해상보험이 전국농민연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2003년 철도청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한국철도공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철도노조에 24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지난 6월 말 확정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서울동부지법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노조와 노조 간부 6명을 대상으로 청구한 손배소에서 1억892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수십억원대의 배상청구 소송이 "손해 발생을 단정짓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들은 최근의 사회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로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가해 단체나 시위자들이 금전적인 보상까지 해야 된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그동안 불법시위가 발생할 때마다 엄정한 법집행 원칙을 밝혔지만 "말만 앞세웠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젠 달라지겠다고 선언했다. 사소한 불법행위도 엄벌하겠다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무관용)원칙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3일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감수할 경우 결국 세금으로 전가돼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원칙은 반(反)FTA 시위와 화물연대 파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앞으로 사소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기소유예 대신 벌금이나 기소 등으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특히 거리의 노점상이나 영세업자 등의 손해배상 청구를 돕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으로 하여금 대리소송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는 등 시위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까지 강구키로 했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노조의 시위가 갈수록 과격양상을 띠는 것은 정부의 우유부단한 정책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정책변화는 법조계나 재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오세오닷컴의 최용석 변호사는 "정부가 밝힌 무관용(제로 톨러런스)정책의 경우 실효성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기대되는 결단"이라고 말했다. 1994년 뉴욕 경찰국장에 지명된 브래튼은 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제로 톨러런스'를 선포하고 노상방뇨 등 경범죄와 윤락,구걸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해 2년 만에 뉴욕의 최고 우범지대였던 할렘의 범죄율을 40%나 떨어뜨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