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법이 고용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용시장이 어떻게 달라질지 케이스별로 알아본다.

○A은행이 기간제(계약직) 근로자 홍길동을 기간제 사용기간인 2년을 넘겨 지점 영업창구에서 계속 근무토록 한다면 홍씨의 대우와 신분은 달라질까

-새 비정규직법상 A은행은 홍길동을 내년 7월1일부터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해 함부로 해고하지 못한다. 그러나 임금 수준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정규직으로 불리지만 A사 내에서 홍길동의 신분은 비정규직이다. 다만 그 회사 정규직이 받는 임금 수준 등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을 경우 노동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 시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정규직과 똑같은 임금을 받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아니고 업무 성격과 능력,책임감 등이 종합적으로 감안된 수준에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정규직 임금의 50% 수준인 100만원 밖에 받지 못하는 홍길동이 이에 불만을 품고 노동위에 차별대우 시정을 위해 제소했다고 치자. 이때 노동위는 100만원을 그대로 인정할 수도 있고,120만원 또는 150만원을 받도록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도 동일노동 동일임금(20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단하진 않을 것이다.

차별처우의 경우 노동위의 판단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임금보다는 구내식당,통근버스,직장체육시설 이용권리,유급휴가 부여,연말성과급,근속포상금,정리해고 선정 등 다른 근로조건 부문에 철저히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회사 B사가 간접으로 채용한 파견근로자 정막동을 2년 넘게 고용하면 정막동은 B사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인가

-새 법에서는 파견근로자를 2년 넘게 고용했을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지우고 있다. 따라서 B사는 정막동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 경우 B사는 정막동을 계약직 또는 정규직 어느 형태로 채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지불능력을 감안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계약직으로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B사가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직접 고용을 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계약직으로 채용된 정막동이 B사에서 또 다시 2년 넘게 근무한다면 그때부터는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된다. 파견근로자에서 무기계약근로자로 신분이 바뀌기까지 4년이 걸리는 셈이다.

○자동차회사 C사가 불법파견을 하다 적발됐다면 바로 고용의무를 져야 하나


-불법파견을 했더라도 2년이 지나야 고용의무가 생긴다. 이와 별도로 C사와 파견업체는 불법파견을 한 대가로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기서 불법파견이란 파견대상업무,파견기간 등을 위반한 경우를 말한다.

올해 일부 자동차회사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은 것은 새 비정규직법과 상관없다. 이는 도급형식으로 생산공정의 일부를 사내 하청기업에 맡겼다가 근로자 지휘문제로 생겼기 때문이다.

○계약직으로 2년 넘게 근무하면 모두 무기근로계약자가 되는 것인가

-만약 D라는 회사가 특정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4년간 고용했더라도 무기근로계약자가 될 수 없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고용은 예외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전문직종에 종사하거나 55세가 넘는 고령자도 마찬가지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