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LIFE] 3부 은퇴혁명 : (4) I M F 사대주의에 짓눌린 40~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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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은행 지점장인 L씨는 수백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신입 사원들을 보면 측은한 생각부터 든다고 했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 지점장은 본사 주요 보직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지점장 한두 번 하면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돼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55세가 넘으면 회사를 떠나거나 후배들의 눈치를 보며 말없이 2선을 지켜야 한다.
투자금융회사 K부장은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요즘 유학을 못 했던 사실에 큰 부담을 느끼며 직장을 다닌다.
외국 MBA 또는 변호사,외국회사 경력을 무기로 날아오는 나이 어린 상관과 살아가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외국 병이 외환위기가 만든 또 다른 사대주의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20년 이상 직장을 지켰지만 어느날 갑자기 토종으로 평가 절하된 현실을 생각하면 '내 자식은 반드시 유학을 보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확고해진다고 했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도 고민을 안고 살아가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고시 출신의 경우 62세 법정 정년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산하 기관으로 '낙하산' 탈 가능성도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한 대기업의 모 부장은 어디 사느냐,아파트가 몇 평이냐는 말을 들을 때 인생의 회의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파트가 인생의 평가 잣대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이 어때서….
이태백 삼일절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수명은 날로 길어지는데 취업은 어렵고 정년을 채우기는 더욱 어려운 지금,이 서글픈 단어들은 이제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생활 언어가 됐다.
얼마 전 잡코리아가 15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0대의 70% 정도가 고용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퇴직 후 뭔가 하고픈 욕망이 많은 것 또한 한국의 직장인이다.
HSBC가 세계 2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복수 응답) 결과 한국인은 여행(89%) 자원봉사(74%) 새로운 취미(65%)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욕망이 컸다.
차라리 은퇴 이민이나 가 볼까.
과거에는 자녀를 위해 이민을 갔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한 이민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 지점장은 본사 주요 보직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지점장 한두 번 하면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돼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55세가 넘으면 회사를 떠나거나 후배들의 눈치를 보며 말없이 2선을 지켜야 한다.
투자금융회사 K부장은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요즘 유학을 못 했던 사실에 큰 부담을 느끼며 직장을 다닌다.
외국 MBA 또는 변호사,외국회사 경력을 무기로 날아오는 나이 어린 상관과 살아가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외국 병이 외환위기가 만든 또 다른 사대주의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20년 이상 직장을 지켰지만 어느날 갑자기 토종으로 평가 절하된 현실을 생각하면 '내 자식은 반드시 유학을 보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확고해진다고 했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도 고민을 안고 살아가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고시 출신의 경우 62세 법정 정년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산하 기관으로 '낙하산' 탈 가능성도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한 대기업의 모 부장은 어디 사느냐,아파트가 몇 평이냐는 말을 들을 때 인생의 회의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파트가 인생의 평가 잣대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이 어때서….
이태백 삼일절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수명은 날로 길어지는데 취업은 어렵고 정년을 채우기는 더욱 어려운 지금,이 서글픈 단어들은 이제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생활 언어가 됐다.
얼마 전 잡코리아가 15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0대의 70% 정도가 고용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퇴직 후 뭔가 하고픈 욕망이 많은 것 또한 한국의 직장인이다.
HSBC가 세계 2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복수 응답) 결과 한국인은 여행(89%) 자원봉사(74%) 새로운 취미(65%)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욕망이 컸다.
차라리 은퇴 이민이나 가 볼까.
과거에는 자녀를 위해 이민을 갔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한 이민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