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전 참전기간이 26일로 2차 세계대전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과거 베트남전의 쓰라린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전쟁 회의론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03년 3월19일 바그다드 폭격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은 3년8개월을 넘어서면서 1941년 12월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미국이 참전한 2차 세계대전의 기록(1천348일)을 넘어서게 됐다.

이제 미국이 이라크전보다 오래 전쟁을 한 사례는 베트남전(8년5개월), 독립전쟁(6년9개월), 남북전쟁(4년) 뿐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전 개시 40여일만인 2003년 5월1일 주요 전투작전이 종료됐다며 '임무완수'를 선언했지만 전쟁은 지속되고 있고 2천800명 이상인 미군 사망자의 대부분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라크 전선은 정리됐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표 이후에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미군의 철수를 개시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 주둔 중인 14만명에 추가로 파병할 것인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채 이와 관련된 몇몇 연구의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최근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베트남전이 미국의 이라크전 정책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철수하지 않으면 승리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었다.

공화.민주 양당의 정치인들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의 주도권을 잃을 정도로 점점 더 인기를 잃어가는 전쟁을 비난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장기간 지속된 인기없는 전쟁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비틀거렸던 대통령은 한국전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베트남전의 린든 존슨 대통령 2명 뿐이었다.

오하이오주립대의 정치과학자인 존 뮬러는 "미국인들은 베트남전에서 등을 돌렸던 때와 비교해 훨씬 이전에 이라크전을 포기하려고 했다"면서 "예컨데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국인이 2천명을 넘어서면서 지지도가 낮아졌는데 베트남전의 경우 2만명 이상이 죽었을 때 같은 수준으로 지지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쟁 사망자 수는 남북전쟁이 62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2차 세계대전은 40만6천명, 1차 세계대전은 11만6천명, 베트남전은 5만8천명, 한국전은 3만7천명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라크전을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양분돼 있다.

다수의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일부는 이라크에서 점진적인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존 메케인 상원의원 등 일부는 이라크 정세 안정을 위한 추가 파병을 주장하고 있다.

내년에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을 칼 레빈(민주.미시간) 의원은 "이라크의 미래를 위한 책임을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미군의 조속한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라크 전문가인 앤서니 코드스먼은 "미국이 행할 수 있는 어떠한 선택권의 조합도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위한 확실한 계획을 제공할 수 없다"며 "주도권은 이미 이라크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