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당·정 협의회에서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완화하려던 정부의 '대규모 기업집단 시책 개편안'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관계부처가 수개월간의 협의 끝에 마련한 기업 규제완화 정책이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180도 뒤집힐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당·정 간 정책 혼선에 이어 다시 정책 난맥상을 드러낸 것으로 기업들은 "이처럼 불확실한 정책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할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7일 국회에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우제창 제3정조위원장,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총제 관련 당·정 협의를 가졌으나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천정배·채수찬·김현미 의원 등이 정부가 기업의 투자 의지를 북돋우는 차원에서 도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일부 의원들의 이 같은 의견을 감안해 추후 당내 논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안보다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지난 15일의 1차 당·정 협의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 딴판으로 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합의한 정부안을 그대로 입법화하기는 어려워졌고,출총제 개선 방안은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는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지 않고 출총제 적용 대상 기준을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내 2조원 이상 중핵기업에 적용하는 한편 출자한도도 현행 25%에서 40%로 완화하는 내용의 최종안을 마련했었다.

여당이 출총제 개편 정부 단일안에 발목을 잡고 나오자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 규제완화를 강하게 주장했던 재경부와 산자부는 물론 공정위도 난감해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당이 정부안을 원안대로 수용해줬으면 좋겠다"며 "현재로서는 정부 확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앞으로 당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 놓고 추진하는 당·정 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요 경제 현안을 놓고 당·정 간의 마찰과 정책 혼선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당·정은 최근 부동산 정책의 실패 논란을 둘러싸고도 상반된 견해를 보여 정책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와 관련해 재경부와 건설교통부 등은 "주택 공급이 위축받을 우려가 있어 분양가 공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를 보인 반면 여당에서는 개별 의원들이 이념적 성향에 따라 걸러지지 않은 입장을 마구잡이로 쏟아내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최근 당·정 간 정책 파열이 기업 투자를 더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동균·송종현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