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LCD패널 시장에 신(新)삼국지 시대가 개막한 것일까.

한동안 한국 업체들이 독주했던 LCD패널 시장에서 일본과 대만 업체들의 약진이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가 40인치 이상 7세대 라인을 등에 업고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만 업체들은 중소형 패널시장을 토대로 알짜배기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그동안 한국 대만에 주도권을 내줬던 일본 업체들도 8세대 패널을 가장 먼저 시작한 샤프를 내세워 부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LCD패널 시장은 '대형 패널=한국' '중소형 패널=대만' '차세대 패널=일본' 등 당분간 3강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삼성·LG의 여전한 우세

그동안 세계 LCD패널 시장의 강자는 한국 업체들이었다.

대만과 일본 업체들이 5·6세대 LCD에 몰두하는 동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7세대 라인에 투자,대형 패널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선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의 경우 세계 LCD 전체 매출 중 한국의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50.2%(22억4100만달러)에 달했다.


전체 패널 판매량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2171만대로 전체의 47%를 차지한 반면 대만 업체들은 2030만대로 44%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2006년 10월 LCD패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월 매출로는 사상 최대인 14억3000만달러를 올려 1위를 고수했고,LG필립스LCD도 1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출하량에서 613만5000대를 기록하며 3개월째 이 부문 1위를 달렸다.

거세지는 대만·일본의 추격

이처럼 개별 기업들의 경쟁력에서는 한국이 아직까지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최근 대만 기업들의 성장세는 위협적이다.

지난 10월 실적만 놓고 볼 때 AUO와 CMO 등 대만 기업들은 1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전체 매출에서 42.7%를 기록,한국(46.0%)에 뒤졌다.

그러나 1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출하량은 1374만5000대(48%)를 기록해 1151만8000대(40%)에 그친 한국 업체들을 앞질렀다.

특히 AUO는 전체 출하량에서 1489만대를 기록,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는 AUO가 지난 9월 같은 대만 업체인 QDI를 합병한 데 따른 결과다.

일본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샤프는 'LCD 선도업체'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난 8월 업계 처음으로 8세대 LCD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샤프는 이 라인을 통해 50인치대 패널시장의 맹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신(新)삼국시대 개막?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대만 업체와 일본 업체들의 추격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물량 면에서는 추격이 거세지만 수익성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수익성의 척도인 10인치 이상 패널 단가의 경우 삼성전자가 234달러,LG필립스LCD가 192달러인 반면 AUO는 153달러에 불과하다.

샤프의 경우 316달러로 높지만 물량이 적은 탓에 영업경쟁력에서는 한국 업체에 한참 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AUO의 경우 올 연말께부터 42·47인치 대형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고,샤프도 내년 1월부터 50인치 패널을 양산할 8세대 2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수익성은 한국이,출하량은 대만이,5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은 일본이 우세할 것"이라며 "결국 누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