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첫 선을 보인 신용카드는 1969년 신세계백화점 카드였다.
회원들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다음 달에 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하면 판매액이 증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신용판매의 기능에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과 같은 기능이 더해진 신용카드는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1978년에 등장한 외환은행 카드였다.
이후 다수의 은행과 전업회사까지 가세하여 오늘의 신용카드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이후는 신용카드의 변화 시기였다.
먼저 카드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활 편의 용품으로도 자리잡게 됐다.
즉 이제까지는 물건을 구입하고 현금서비스를 받는 용도로만 카드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신분증,교통카드 용도로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제휴 서비스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증가하자 카드의 퓨전 현상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연히 카드 회원 관리도 세분화됐다.
초기에는 카드 회원을 단순히 일반과 골드 등으로 크게 나누어 관리했으나 이제는 고객을 다수의 군으로 분류해 거기에 맞는 맞춤형 카드를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상황도 바뀌고 있다.
발행자 중심 시장에서 고객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카드를 찾아나서는 소비자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 편의용구로서의 카드에 대한 인식도 변화됐다.
도입 초기에 일부는 신용카드를 신분을 과시하거나 부유층의 전유물 정도로 여기기도 했다.
카드 발급을 받는 것이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카드사태를 전후한 시기에는 카드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졌다.
신용카드시장이 평온을 찾아가는 근래에 와서는 카드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
금융상품이며 생활용구로서의 순기능과 소비자의 결제수단으로서의 편의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진 결과다.
이제 사람들은 현금이나 수표를 많이 소지하고 다니지 않는다.
신용카드로 인해 현금이나 수표를 직접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변한 것이다.
실제 신용카드 이용 비중을 보면 1990년도의 경우 민간 최종 소비지출에서 카드를 이용하는 비율은 겨우 5.7%였으나 2005년에는 44.9%로 급증했다.
비자카드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카드시장은 아ㆍ태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라고 한다.
그만큼 성장과 진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미국의 현대적 카드의 시조가 1950년의 Diners Club이었으니 우리보다 약 20년을 앞선 셈이다.
그러나 상품이나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맹점 네트워크 면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선진국이다.
앞으로도 우리 카드는 어떤 형태로든 또 다른 변화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드 진화의 끝을 알 수 없다는 경탄이 도리어 탄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변화 없이는 살아남지 못하지만 신용카드가 또다시 카드대란 때처럼 '소비 용구'로만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