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지난 22일 빚어진 '반(反) FTA' 폭력 시위에 대한 엄정 대처에 나섰다.

이번 시위가 조직화된 폭력 시위로 피해가 많고 파장이 컸던 데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가 오는 29일과 다음 달 6일 또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예고하는 등 정착돼 가던 준법시위 기조가 허물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서다.



○기획시위 속수무책

이번 시위는 시민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한 기획 시위로 준비된 반면 검·경의 대처는 다소 안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범국본은 서울뿐 아니라 울산 인천 부산 등 전국 광역시와 도 단위의 대규모 집회를 동시에 개최하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특히 광주 대전 춘천 등 곳곳에서 시·도청 진입을 시도한 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

각목 죽봉 등 폭력 도구뿐 아니라 도청 철문을 무너뜨리려는 밧줄이나 불깡통,횃불 등 시위 용품까지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농한기를 맞아 FTA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농민들이 대거 시위에 참여한 것도 폭력 양상을 심화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22일 집회에 참가한 전국 7만3700명 가운데 58.3%가 농민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민노총이 동시 파업을 단행하고 전교조가 연가 투쟁에 나서면서 이번 폭력 시위의 동력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검·경의 대처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은 21일 폭력 시위를 경고하는 데 그쳤고 경찰도 사전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현장에서 성난 시위대를 막는 데 역부족을 드러냈다.


○사법처리 늘어날 듯

검·경은 뒤늦게 23일 폭력시위 엄정대처 방침을 밝혔다.

폭력 시위로 전국이 깜짝 놀란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 운전사들이 도로를 막은 시위대와 충돌하느라 부상을 입는 등 폭력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노총 파업이나 반FTA 시위의 경우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게다가 올 상반기 경기 평택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반미 단체의 집회,포항 건설노조 파업과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 등 대형 시위와 폭력 사태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 평화 시위를 정착시키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폭력 시위는 시위문화 개선 움직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검·경은 내다보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는 폭력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며 "평화적 시위를 정착시키려면 불법 시위에 대해 철저히 집시법을 집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검·경은 현장에서 폭력 시위자를 연행할 경우 불상사를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해 사진 촬영 등 채증에 주력했으며 향후 이를 분석해 주동자 구속 등 사법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도 범국본 중앙지도부 가운데 수사 대상자를 선별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상황이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검·경의 사법 처리는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