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는 지난 16일 세계 2위 휴대폰업체 모토로라가 서울 양재동에 한국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을 동북아 R&D허브로 키우겠다는 계획아래 정통부가 유치한 13번째 외국기업 R&D센터라는 '자화자찬'도 곁들였다.

그러나 그 시각 정통부가 유치한 1호 외국기업 R&D 센터인 인텔 R&D 센터는 한국 철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텔이 한국 R&D 철수를 공식화 할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R&D 허브육성 전략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상하이 집중할듯

인텔의 철수 방침에 대해 정통부 한 관계자는 "국내 연구소와 2008년까지 공동연구를 하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글로벌 기업인 인텔이 굳이 이 계약을 파기하면서까지 R&D센터를 철수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인텔이 한국 R&D 센터를 철수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인텔이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구조조정 작업이 주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내년까지 인텔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1만50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9월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올 연말께 중국 상하이에 1000여명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R&D 센터를 설립키로 한 데다 지난 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외국기업 R&D 센터가 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집중 제기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한국 철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인텔의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 정보기술(IT)기업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건 정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은 R&D 센터가 국내 기술발전에 별 다른 기여 없이 발을 뺀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부서 적극지원 약속

인텔 R&D센터의 한국 철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R&D 허브'구축 계획에 대한 비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03년 한국을 '동북아 R&D허브'로 만들기 위한 '첫 작품'으로 인텔 R&D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미국 순방 당시 인텔 최고경영자와 직접 면담을 실시했을 정도다.

그러나 2004년 3월 인텔 R&D센터가 문을 열 때부터 국내 IT 업계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당시 국내 한 IT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한국에 온 것은 한국의 여건이 최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때문에 인텔 R&D센터의 한국 철수는 정부의 조급한 유치 정책이 빚은 '예고된 실패작'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 조차 R&D 센터 운영에 많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은 어차피 국민의 세금으로 들어갈텐데 납세자로서는 솔직히 분통이 터진다"며 "외국계 기업 R&D 센터 중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나"고 반문했다.

또 다른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심지어 외국계기업 R&D 센터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과연 이 R&D 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자조적인 질문을 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외국계 기업 R&D센터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도 증폭될 전망이다.

인텔을 비롯한 국내 외국기업 R&D 센터들은 그동안 '무늬만 R&D센터'란 지적을 받아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 R&D센터중 연구원이 20명도 안 되는 외국기업 연구소가 60%에 달했다.

또 외국인 연구원은 연구소당 0.19명에 불과하고,특히 박사급 외국인 연구원은 조사 대상 209곳에서 10명 남짓이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당초 기대와 달리 한국에 유치된 글로벌 기업 R&D센터의 국내 유치 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앞으로는 한국의 취약한 기술혁신 역량을 보완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R&D 센터를 선별해서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임원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