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전염되는 '고병원성'일 가능성 높아"

최종 확진 25일께 나올 듯..농림부 발표

반경 10㎞안 소재 하림.동우 가공업체 폐쇄도 검토

농림부는 23일 전라북도 익산 지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로 의심되는 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정밀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농림부는 이번에 발생한 AI의 경우 감염 조류에 접촉한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발생 지역에 항바이러스제를 긴급 지원키로 했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북 익산의 종계(씨암탉) 사육 농장에 대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사 결과 AI로 의심되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해당 농장에서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전체 1만3천여마리 닭 가운데 6천여 마리가 죽었고 검역원은 23일 1차 검사 후 집단 폐사의 원인을 의사 AI 바이러스로 판정했다.

최종 확진 결과는 오는 25일께 나올 예정이지만 현재 검역원 전문가들은 폐사 상태 등으로 미뤄 '고병원성' AI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닭.오리 등 조류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림부는 고병원성 AI 판정에 대비, 전북도에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 요령'과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해당 농장에서 생산된 닭과 달걀 등의 이동을 제한하고 이 농장의 달걀을 부화하는 익산 소재 부화장 2개소도 폐쇄토록 했다.

아울러 아직 해당 농장에 살아있는 닭 6천여마리도 살처분한 뒤 땅에 묻도록 조치하고 반경 10㎞이내 인근 농장에 대한 역학 조사도 시작했다.

현재 10㎞ 범위 안에는 204개 농가 506만3천마리, 500m 안에는 6개 농가 23만여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발병 농장에서 8~9㎞ 떨어진 곳에 우리나라 닭고기의 30~40%를 공급하는 최대 닭 가공업체 하림과 역시 주요 가공업체인 동우의 도축장과 여러 계열 농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과장은 "일단 익산 지역에서 이들 업체로 공급되는 물량의 도축을 막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닭의 도축만 특별 관리를 통해 허용할 지, 해당 사업장을 당분간 완전히 폐쇄할 지 등을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체 감염 경로에 대해 "고기를 먹어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 옮겨진 사례는 보고된 바 없고 대부분 접촉 과정에서 새에서 떨어지는 비늘을 들이마실 경우 감염된다"며 "게다가 감염된 고기가 만약 유통된다고 해도 이 바이러스가 섭씨 70도 정도면 모두 죽는 만큼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인체 감염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발생지역에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50명분)와 인플루엔자 백신(300명분) 등을 긴급 지원하고 살처분 등에 동원되는 사람에게는 특수안경과 마스크 등 보호장구(50명분)도 지급할 예정이다.

최종 검사 결과 AI로 판명되면 닭 및 오리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 과장은 "일본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삼계탕용 닭 등에 대해 잠정 수입중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AI는 2003년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해 최근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43개국에서 발견됐고, 이 가운데 28개국은 아직도 고병원성 AI의 발병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전국 10개 시.군 19개 농가에서 발생, 530만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되는 등 1천5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