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은 돈을 경찰에 신고한 뒤 60일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신고자가 갖게 되는 게 법 상식이다.

그러나 그 돈이 범죄로 벌어들인 돈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20일 캔웨스트 통신은 바로 이런 경우가 캐나다 노스 밴쿠버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물품보관소 대여업체에서 일하는 미셸 잉글비는 지난 1999년 직장 쓰레기통에서 현금으로 가득 찬 구두상자와 더플백을 발견했다.

잉글비는 당시 쓰레기통이 넘칠 정도로 꽉찬 것을 보고 뚜껑을 열어보았다가 멀쩡한 가죽 자켓과 함께 버려진 이 돈을 줍게 됐다.

현금은 캐나다돈 8만4천400 달러와 미국돈 1만 달러 등 캐나다화로 약 10만 달러에 달했다.

그녀는 경찰에 신고한 뒤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경찰은 그 사이 수사를 벌여 마약거래범인 마이클 커티가 돈을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자 연방 정부는 범죄 수입금인 이 돈의 귀속권을 주장했다.

잉글비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수사를 받던 커티는 돈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은 채 자살했다.

경찰은 돈과 함께 발견된 가죽 재킷에 범죄단체인 헬스 앤젤스 구호가 새겨진 것을 단서로 이 조직과 연계된 커티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그는 직업이 없음에도 주기적으로 5만 달러 이상의 많은 돈을 자신의 은행계좌로 받고 있었다.

2주간 1만2천 달러를 쓰는 등 돈을 흥청망청 써온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그가 헬스 앤젤스 클럽하우스에 잡혀가 구타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내용이 이 돈과 관련있음을 확신했다.

경찰은 결국 그가 왜 이 돈을 버렸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으나 법원을 납득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사건을 맡은 윌리엄 롯저스 노스 밴쿠버 지방법원 판사는 "커티가 마약거래로 문제의 돈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검찰에 입증 책임이 있는 합리적 의혹의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증명되었다"며 "이 돈은 범죄로 인한 수입금이므로 정부에 귀속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잉글비의 변호인 이언 맥도널드는 잉글비가 돈을 취득한 상황 자체는 범죄로 인한 수입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롯저스 판사는 그러나 잉글비의 변호사 비용 1만 달러는 정부가 부담토록 판결했다.

(밴쿠버연합뉴스) 오룡 통신원 or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