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업종별로도 밸류에이션(내재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세계 평균에 비해 30% 이상 뒤처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유틸리티 경기소비재 소재 정보기술(IT) 등은 글로벌 평균보다 저평가된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글로벌 랠리 동참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들 업종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 세계 증시서'나홀로'부진

올 들어 세계 증시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동안 한국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금년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내 증시는 2.38% 올라 조사 대상 43개국 중 상승률 41위에 랭크됐다.

일본과 터키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인 점을 감안할 때 지수가 오른 국가 중에서는 한국의 상승률이 가장 낮은 셈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69.83%,러시아 50.05%,인도는 42.90% 각각 치솟았다.

지난 5월 동반 조정에 들어갔던 세계 증시가 반등에 나선 이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가 2.99% 올랐지만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3.58% 떨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해외 시장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한국의 PER는 10.8배로 미국(17.3배) 일본(26.5배)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14.2배) 홍콩(13.9배)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자동차 IT 등이 대표적 저평가

이처럼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으면서 업종별로도 세계 평균과의 괴리율이 커졌다.

MSCI세계지수를 기준으로 가장 저평가된 국내 업종은 유틸리티와 경기소비재 소재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MSCI아시아태평양지수에 편입된 국내 유틸리티 업체들의 평균 PER(2006,2007년 실적 전망치 평균 기준)는 9.2배로 MSCI세계지수의 유틸리티 업종 편입 종목의 PER인 15.0배에 비해 38.9% 저평가됐다.

국내 경기소비재업종도 10.3배에 불과했다.

MSCI 평균의 16.9배보다 38.8% 낮은 수준이다.

최근 실적 우려감으로 주가가 하락한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 신세계 한국전력 현대모비스 등이 경기소비재업종의 간판주들이다.

소재와 IT부문 업종도 글로벌 업체들의 주가 수준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철강과 석유화학업종의 포스코 LG화학,IT부문의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종도 MSCI세계지수 해당 업종 편입 업체 PER의 3분의 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에너지 통신서비스부문 대표 업체들도 세계 업종 평균보다 PER가 30% 이상 낮았다.

최근까지 강세가 두드러졌던 건설 중공업업종 대표주들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역시 21%가량 저평가돼있는 상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업종 전반에 걸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북핵사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3분기 이후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외국인의 매도세 둔화 등 수급측면 개선 등을 볼 때 이 같은 디커플링 현상은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