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경제의 '황소'(주식시장의 활황)가 세계경제엔 '곰'(주식시장의 약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미국 등 현재의 경제 강국들을 압도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방의 일자리와 자본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이런 주장과 차이가 있다.

중국이 전 세계 노동과 자본의 배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게 아니다. 역동적인 국가가 새로 등장하면 세계경제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영국은 면화 공장으로 가득 찼을 것이고 일본은 아직도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국가들이 저급(low-end)의 제조업을 맡게 되면 기존 생산국들은 고부가 제품 생산에 뛰어들게 된다. 중국의 성장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글로벌 생산량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오히려 문제는 중국의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과 싼값에 구할 수 있는 자본을 기반으로 급속한 성장을 달성했다. 저리의 자본은 중국인들의 높은 저축률 덕분이었다. 이 같은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이 계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먼저 노동력 공급측면을 보자. 중국의 노동인구는 2009년까지 연평균 0.5%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다. 그 뒤엔 줄어들기 시작해 2014년엔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숙련 노동자는 이미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들의 임금이 치솟고 있다.

저리 자본의 시대도 끝나고 있다. 자본은 중국 경제의 '연료 탱크'다. 1992년엔 1단위 생산에 2단위 자본투자가 필요했지만 이젠 5.5단위로 증가했다. 그만큼 연비가 떨어진 것이다. 섬유 염색 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과거엔 지방정부가 땅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공장에 수질관리시설을 갖출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용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도 이점을 인식하고 지난 1월 '신경제 모델'을 내놨다. 이 모델은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속가능한 성장체제를 구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중국의 저축률을 낮출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연금제도와 기타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중국에서 저축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와함께 중국 경제는 제조업의 비중을 낮추고 서비스산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들을 새로 교육시켜야 하고 소비를 촉진시켜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낙관적으로 전망해보면 중국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8%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20년 뒤 중국과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차이는 현재보다 10% 확대될 것이다. 양국의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건비와 자본조달비용 상승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뛰어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얼마 동안은 '월드 파워'가 될 수 없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이 글은 모건스탠리의 글로벌전략 책임자를 지낸 런던의 투자조사회사인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의 데이비드 로치 사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China's Growing Pain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