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는 종종 마라톤 경주에 비유된다.

마라토너의 자세로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차근차근 목돈을 마련하고 불려나가야 한다.

42.195km를 완주하기 위해선 코스 변화에 따른 대응도 필수적이다.

오르막길을 만나면 몸을 앞으로 굽히고 보폭은 좁게 해야 한다.

내리막길은 보폭은 크게 하고 발걸음 횟수를 늘려 주는 게 원칙이다.

마라톤에서 코스별로 주행 자세를 바꾸듯 노후 준비도 연령과 환경에 따라 투자법을 달리해야 한다.

나이에 관련한 대표적인 투자원칙은 '젊었을 때는 공격적으로,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운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이 원칙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 간접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펀드 전성시대를 맞은 지금,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노후상품의 좋은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생주기를 반영한 펀드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목표투자에 맞춰 기간별로 적절하게 펀드의 자산을 자동으로 재배분하도록 설계된 노후관리 전용 장기 펀드.'평생펀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초기에는 수익의 극대화를,목표일이 다가올수록 원금 및 이익 보존을 추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적립식펀드처럼 매달 혹은 수시로 자금을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적립식 펀드는 가입할 때 결정한 주식이나 채권 편입비율이 끝까지 유지되지만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매년 자산 구성의 변경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화된 펀드다.

HSBC 마케팅팀 정용훈 이사는 "최소한 10년 이상 내다보는 상품인 만큼 보유기간이 길수록 장점이 발휘된다"고 지적했다.

◆보유기간 길수록 유리

HSBC은행은 최근 목표기간에 맞춰 기간별로 포트폴리오가 적절하게 자동으로 조정,관리되는 'HSBC 라이프싸이클 펀드-피델리티 2010년·2020년 목표펀드'를 출시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의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지역별 산업별로 다양한 글로벌 시장의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하는 해외 뮤추얼펀드다.

2010년 또는 2020년에 은퇴하거나 은퇴를 바라보는 50대와 40대 고객을 겨냥했다.

투자자가 투자 목표기간만 정하면 기간에 따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조정된다.

펀드 투자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과 노후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웰스플랜'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라이프사이클연금투자신탁'은 투자자가 직접 나이나 성향에 맞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일종의 라이프스타일펀드로 분류될 수 있다.

삼성웰스플랜은 주식투자비율이 80% 65% 이상인 성장형 펀드와 50% 35% 25% 이하인 혼합형 펀드,0%인 채권형 펀드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투자자의 나이와 성향에 따라 옮겨 탈 펀드를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다.

미래에셋의 라이프사이클연금투자신탁은 주식에 80% 이상을 투자하는 '라이프사이클2030'에서부터 채권형인 '라이프사이클6090'까지 5개 펀드로 이뤄져 있다.

매년 두 차례 이내에서 수수료 없이 펀드 간 전환이 가능하며 향후 시장상황을 감안해 주식비중이 높은 펀드로도 이동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최근 주택마련,자녀교육,퇴직 후 노후자금 등 자금이 필요한 특정 시점을 만기로 설정해 운용하는 '한국 라이프 사이클 펀드'를 내놓았다.

◆퇴직연금의 새 해법으로

미 국세청(IRS)이 지난 10일 대표적 기업연금(퇴직연금)인 401(k) 도입 25주년을 맞아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라이프사이클펀드와 라이프스타일펀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 보고서는 20년 전인 1985년 1000만명에 불과했던 401(k) 가입자들이 2005년에는 4700만명으로 불어났다며,이 같은 성공에는 뮤추얼펀드 등을 통한 공격적인 주식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라이프사이클펀드(라이프스타일펀드 포함)의 가입자 비중은 1996년 12.1%에 불과했지만 2002년 30%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는 48.5%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굿모닝신한증권이 기업연금의 경우 라이프사이클펀드로 100% 설계해 주고 있다.

퇴직연금 도입 1주년을 맞는 우리나라도 라이프사이클펀드를 기업연금 활성화 해법으로 활용하는 401(k)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