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의 잇따른 신규투자 연기로 액정표시장치(LCD) 장비 관련 업체들의 내년 실적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련 종목 주가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 우려되는 내년 상반기 실적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필립스LCD는 당초 내년 1분기 예정이던 파주 5.5세대 신규투자를 내년 하반기로 연기했다.

LG필립스LCD 관계자는 "노트북PC와 모니터용 패널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5.5세대 양산 시기를 내년 4분기나 2008년 상반기로 미루기로 했다"며 "관련 장비 발주도 다소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1분기께 납품을 예상하고 '데모 모델'을 만들어 시험 가동해온 LCD장비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필립스LCD의 5.5세대 라인은 노트북과 모니터용 전용으로 총 투자 규모는 1조원이 예정돼 있었다.

더구나 5.5세대 라인은 LG필립스LCD가 올 하반기 예정했던 8세대 투자를 연기하면서 대안으로 내놓은 것으로 이마저도 투자가 미뤄지자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LG필립스LCD 장비납품 업체 모임인 '프렌즈클럽' 회원사 관계자는 "투자가 늦춰진 것도 문제지만 당초 예정이던 월 15만장 규모의 설비가 축소돼 장비 발주 규모가 줄어드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년 국내 LCD 관련 매출을 아예 '제로'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장비업체들이 이미 데모 장비를 생산해 시운전을 해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민천홍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장비납품 지연과 이미 생산해놓은 장비 운영부담으로 내년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가에도 '빨간 불'

국내 장비업체들은 시장다변화를 위해 대만 중국 등지로도 눈을 돌리고 있으나 엔화 약세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공세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원·엔 환율 800원 선이 깨지면서 가격경쟁력이 2005년 대비 30%가량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시장 환경 급변은 LCD장비 업체들의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주말 LG필립스LCD 주요 장비 업체인 에이디피(-2.52%) 파이컴(-5.45%) 등이 하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탑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 디엠에스 등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민천홍 연구원은 "LCD와 반도체 장비를 동시에 생산하는 종목과 LCD장비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종목 간 실적 및 주가 차별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