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이 배출되는 등 우호적인 국제사회의 요구와 기대를 역행하기에 부담이 따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 실험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국내외 여론 속에서 우리 정부만 북한 인권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강박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변화로 북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남북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산가족 상봉 및 당국 대화 재개가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효과?

반기문 전 외교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점이 정부의 입장 변화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으로 선출됐고,강경화 외교부 국장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으로 배출되기도 했다.

정부가 북한 인권상황을 애써 눈감기에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어느때보다 높아 기존 스탠스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2일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서 감지됐다. 그는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도 있지만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도 "북한 핵 실험 이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없으며 인권문제는 실제 위협상의 문제가 아닌 명분상의 문제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상황에 개입하길 바라는 국내외 여론을 충분히 감안했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남북관계 더 악화 우려

북한의 즉각적인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자 대변인 담화를 내고 강력 반발하며,자신들을 압살하려는 책동에 남한이 절대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도 한 전례가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로 개선될 조짐을 보이던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으로 다시 전환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남북한 당국 간 대화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은 더욱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권 개선 요구를 정권교체 의미로 받아들일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남한 정부에 대한 접촉 기피,외면 등 어떤 식으로든지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인권 결의안에 북한 체제나 리더십에 대한 직접적 내용이 없어 일정 수준의 반응은 있겠지만 북한도 우리 정부가 고민한 흔적을 알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홍열·정지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