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국내외적인 사정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003년부터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 과정에 아예 불참하거나 기권으로 일관해 왔으나,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이 배출되는 등 우호적인 국제적 분위기와 함께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 등을 역행하기에 부담이 따랐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언급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북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재개나 남북한 당국 대화 재개가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효과?

반기문 전 외교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점이 정부의 입장변화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으로 선출됐고,강경화 외교부 국장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으로 배출되기도 했다.

정부가 북한 인권상황을 애써 눈감기에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 기존 스탠스를 유지키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에선 야당과 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은 외교장관 사표를 낸 직후 "앞으로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도 있지만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북한 핵 실험 이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없으며 인권문제는 실제 위협상의 문제가 아닌 명분상의 문제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송민순 외교장관 내정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더 악화 우려

북한의 즉각적인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자 대변인 담화를 내고 강력 반발했다.

자신들을 압살하려는 책동에 남한이 절대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로 개선될 조짐을 보이던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으로 다시 전환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남북한 당국 간 대화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은 더욱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권개선 요구를 정권교체 의미로 받아들일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남한 정부에 대한 접촉 기피,외면 등 어떤 식으로든지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개선 측면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인권 관련 국제협약 4가지에 가입하고 형법을 개정하는 등 성의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김홍열·정지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