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1조원에 가까운 한국 주식을 팔아온 외국인이 최근 '사자'로 돌아서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촉발된 외국인 매수세는 시가총액 상위 정보기술(IT)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하이닉스 LG필립스LCD SK텔레콤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삼성SDI 등이 주요 매수 타깃으로 등장했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돌파하면서 IT주가 다시 전면에 나서는 분위기다.

◆ 순환매냐,매수세 지속이냐

1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업종을 사흘째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9일 삼성전자에 대해 22일 만에 매수 우위를 나타낸 데 이어 다른 IT종목으로 폭을 넓혀가는 양상이다.

하이닉스는 14일 이후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15일에는 최근 두 달여 만에 가장 많은 117만여주를 사들였다.

삼성SDI는 8일부터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또 삼성테크윈은 5일 연속,삼성전기는 4일 연속 각각 사들이고 있다.

LG필립스LCD도 조금씩 매수세가 유입되는 양상이다.

LG전자 역시 매도 강도가 상당히 약화됐다.

순매수 종목 수는 늘어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IT주의 상승세가 뒤처진 데 따른 단기 순환매인지,아니면 IT주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이 매도 공세 속에 잠깐씩 매수로 돌아섰던 경험에 비춰 보면 '사자'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단정짓기 힘들다"며 "다만 '윈도 비스타' 출시를 앞두고 업황 전망이 나아지고 있고 실적 개선 기대감도 가시화하는 시점이어서 여느 때보다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1월께부터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으로 본격적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양경식 대신증권 부장은 "아직 한국시장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IT주의 경우 가격 부담이 작은 데다 그동안 많이 판 까닭에 보충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오를 경우 매수 강도는 둔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양 부장은 "하지만 반도체와 휴대폰의 내년 경기 전망이 밝아지고 있어 IT주에 대한 매수 기조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13일째 코스닥 순매수 행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은 코스닥시장에서도 매수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도 매수 전환 시점에 코스닥 종목을 먼저 사들였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13일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1000억원에 근접한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에 대한 '사자'가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15일까지 NHN 주식 51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LG텔레콤 CJ홈쇼핑 메가스터디 등도 러브콜을 받은 종목이다.

팅크웨어는 최근 집중적인 매수 대상으로 부상했다.

지난달 23일 6.45%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15일 현재 14.26%로 20여일 만에 7.81%포인트 높아졌다.

한국토지신탁 평산 YBM시사닷컴도 외국인 관심주에 속한다.

고경봉·김진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