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주택가격 변동성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차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고객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영업상 어려움 등으로 실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안정 대책에 '부응'해 발빠르게 움직이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현실성 없는 설익은 내용을 발표해 혼선만 빚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라 투기성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담보대출금리 차등화안을 검토하고 추진했지만 고객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실수요자에게 선의의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과 수도권 등 최근 3년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소위 투기지역에 주로 '돈되는'은행 고객이 몰려있는 점을 고려해 알짜 고객들이 대거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나은행의 다른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은행점포가 곳곳에 많기 때문에 고객들은 금리가 0.1~0.2%포인트만 차이가 나도 다른 은행으로 옮겨간다"며 "이론상으로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영업점의 반발 등을 감안할 때 실행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차등화하겠다고 밝힌 후 지역 및 주택평수별,내용연수 등을 바탕으로 가격변동 지표를 마련하는 등 실무적인 방안을 마련해왔다. 과거 3년간의 아파트 가격 등락률을 기준으로 신규대출에 한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금리를 더 매기고 가격이 안정된 아파트에 대해서는 금리를 감면해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차주의 신용도를 금리에 반영해 상환능력에 대해서도 금리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하나은행의 김종렬 행장은 최근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 모든 아파트 가격이 똑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큰 아파트는 거품 붕괴시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 금리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안과 타당성 검토 등을 거친 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은행들은 하나은행의 대출 차등화 방안이 내용은 거창한 것 같지만 시행이 되더라도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주택가격 변동폭뿐만 아니라 차주의 신용도도 함께 감안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강남 등 투기지역 대출수요자들의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말만 그렇지 금리 차별화가 생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측은 신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최고 1%포인트 이상 차등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실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벌인 결과 대출금리 차이는 0.1~0.2%포인트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줄여야 부동산 안정에 도움이 되지 금리를 차등화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